'남아도는 자금 굴릴 곳이 없다' .. 금융권 고민

금융권이 남아도는 자금을 굴릴 곳이 없어 고민이다. 수신은 호조를 보이는데 막상 대출할 곳이 없어서다. 금리가 급락하면서 상품에 따라 역마진도 생기고 있다. 한계기업들은 자금을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한보 등 대형 부도에 혼이 난터라기업대출은 여간 조심스런게 아니기 때문에 자금의 편중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들은 마진이 낮은 수신상품은 아예 돈을 받지 말라는 지시를일선에 내릴 정도다. .모시중은행은 최근 전국 지점에 신탁을 당분간 받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탁계정으로 들어오는 돈은 넘치는데 신탁계정의 주요 자금운용수단인 기업어음(CP) 매입이 5대 그룹 등으로 제한되면서 남아도는 자금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은행신탁계정은 남는 자금을 콜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CP 금리보다는 콜금리가 낮아 운용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콜자금 주요 매입처인 종금사와 증권사도 돈이 남아돌아 콜차입을 줄이면서 콜시장에 내놔도 잘 소화가 되지 않고 있다. .H투신사는 최근 2~3일전부터 금융권의 공사채형 수익증권 매입 의뢰를 거절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익증권 수익률은 회사채 금리의 변동을 따라간다"며 "회사채 금리가 급락하면서 시차에 따른 양 금리간 차이를 이용하기 위해 타금융권에서 회사채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해 금융권의 수익증권매입을 거절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종금사도 수신은 급증하는 반면 어음할인할 곳이 마땅치 않아 여신이 줄면서 역마진까지 우려하는 등 자금운용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종금사 수신은 지난 4월 한달간 3조1백91억원 줄었으나 5월 한달간은 1조6천5백30억원이 늘었다. 반면 여신 감소세는 줄고 있으나 여전에 감소하고 있다. 종금사의 어음할인은 4월에 2조6백80억원이 줄었고 5월중에는 1조4백35억원이 감소했다. J종금사 관계자는 "확정 고금리 수신상품이 많은데도 CP 할인율이 급락해 역마진 우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종금사 관계자는 "A급 CP 할인율만이 급락해 B, C급 CP를 할인하면 역마진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나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기업에 금리차를 노려여신해줄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 종금사 관계자는 "수신의 주요고객이 연기금인데 이들에게 잘못 보이면나중에 자금이 부족할때 애로를 겪는다"며 "연기금이 CP 매입은 안하면서 높은 금리로 돈을 가져가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거절할수도 없고 난감하다"고털어놨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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