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나의 사무실 이야기) 수의사직장인 "보람에 산다"

"수의사"라는 독특한 경력(?)으로 사원들에게 주목을 받으며 LG화학에 입사해 근무한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LG화학에 입사하게 된 것은 지난 94년 이 회사가 자체기술로 개발한 동물의약 제품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다. 동물의약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현실속에서 보다 더 많은것을 배울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다. 필자 이외에 라정찬 과장과 정경훈 대리 등 2명의 수의사와 축산을 전공한 3명 등 모두 6명이 근무하고 있는 LG화학 동물의약파트는 유전자 재조합방식으로 세계 두번째, 국내 처음으로 개발된 젖소 산유촉진 단백질 "부스틴-S"라는 동물의약제품의 국내.외 영업을 담당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부서이다. 초창기 동물의약파트 직원들은 국내 낙농업계에 "부스틴-S"라는 제품에 대한인식을 심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한달에 열흘이상씩 전국의 낙농가를 찾아 다니며 세미나를 열고, 기술지도를하고, 낙농상담을 했다. 또한 수의사라는 신분으로 가축들의 건강관리를 도맡아가며 국내 낙농업계에국산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확산시켜 나갔다. 우리 모두는 우리 기술로 만든 "부스틴-S"야말로 낙농 여건이 열악하고 원유생산비가 비싼 국내 낙농업 여건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으로밤낮을 안 가리고 열심히 뛰었다. 필자는 국내 영업과 함께 해외 수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미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해외 경쟁사의 장벽을 깨고 우리 제품을 수출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제품만을 판다는 차원에서 벗어나 국내 유전공학 기술력을세계에 과시한다는 자신감으로 연구성과를 세계 낙농업 관련 세미나에 발표하고, 해외 낙농업자들을 직접 찾아나서 우리 제품을 소개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마침내 95년 6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부스틴-S"를 말레이시아에 처녀 수출하고, 96년 5월에는 단일 유전공학제품 최초로 수출계약 5천만달러를 달성한 것은 잊을수 없는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해나왔는지 모를 만큼 바쁘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필자는LG화학 동물의약파트에 입사한 것을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지금도 낙농업자들이 제품뿐만 아니라 가축들의 건강관리나 낙농에 관한 상담들을 수시로 해오는 등 우리들의 노력을 신뢰로써 되돌려 주고 있어 큰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다. 국내 동물의약부문이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전망이 밝아 인생의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믿는다. 끊임없이 연구하는 수의사 직장인으로 LG화학에 남아 이 분야의 최고권위자가 되겠다는 꿈을 되새겨 본다. 이도훈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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