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개정안] 균형 고려한 어정쩡한 절충..개혁방향/의미

7개월여간의 진통끝에 3일 확정 발표된 정부의 노동관계법개정안은 국가경쟁력강화와 국제적기준을 대원칙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근로자의 노동기본권보장 등 노사간 균형을 이루기위해 고려한 고심의 산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제도적장치를 마련하고 노동기본권 보장으로 노동운동의 활성화를 뒷받침해 줌으로써 노사양측의 입장이 적절한 수준에서 균형을 유지토록 절충하는데치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변형근로시간제 정리해고제를 기업경영에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과감히 도입키로 한 것은 경제난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우리경제의 고비용구조를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리해고의 경우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로 신기술 신공정의 도입과 산업구조변경, 생산규모축소 등을 폭넓게 인정, 불가피할 경우 기업이 인원정리와 인건비부담완화를 통해 경영의 숨통을 틀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변형근로제의 운영범위를 노사합의를 전제로 4주단위 56시간까지 넓힌 것도 우리경제의 체질강화 차원에서 기업의 각종 부담요인중 이른바 거품을 제거하기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정리해고 및 변형근로시간제의 도입은 고용불안과 근로조건악화를 초래할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거센반발을 사왔으나 날로 악화되고 있는 우리경제의 대외경쟁력회복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쟁의기간중 대체근로의 허용은 기업경쟁력강화차원에서 정부가 어렵게 선택한 조치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와함께 파업기간중 임금지급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무노동무임금원칙을 법에 명시한 것이나 단위사업장에 대한 복수노조허용시점(2002년)에 맞춰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시키기로 한 것도 노조에 대한 과보호조항을 바로잡아 기업의 생산활동을 촉진시키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정부가 재계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상급단체에 대해 복수노조를 허용키로 한 것은 노동계의 요구사항인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원만한 노사개혁을 이루지 못한다는 명분론에 밀린 결과로 해석된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노동기구(ILO)진출로 더이상 국제적 기준에 미달되는 노동법과 노사관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측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기는 하나 현행 노동조합법상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규정과 노동쟁의조정법상 제3자개입금지규정을 삭제, 이른바 3금을 모두해제한 것도 근로자결사의 자유를 존중하는 국제적 기준에 부응하기위한 노력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이밖에 이번 개정안에는 조합비 상한선폐지 노조에 대한 행정관청의 업무조사권폐지, 공익사업 및 직권중재대상 축소, 노동위제도개선, 자유출퇴근 및 재량근로제의 도입 등 나름대로 의미있는 대목들이 다수 포함돼있어 노동환경의 일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가 총파업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개정보다 더 어렵다는 노동법개정이 과연 정부의 의지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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