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인] 데이비드 뢰벤 <영국 트랜스월드 회장>

영국의 금속업체 트랜스월드사의 데이비드 뢰벤(56) 회장이 국제 알루미늄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했다. 90년대들어 각국의 주요 알루미늄 제련소를 매입하면서 올들어 세계생산량의 5%를 장악하게 된 것. 그의 알루미늄 제국은 러시아로부터 바하마 키프로스 스위스 모나코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수개국에 걸쳐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수출국 러시아에서 생산량의 절반을 장악한 것이 정상도약의 계기가 됐다. 지난 76년 처음 금속거래업체 트랜스월드를 설립한지 20년만의 일이다. 뢰벤회장은 "큰 위험을 감수했다"는 말로 성공비결을 압축한다. 이라크 태생 영국인인 그가 러시아 생산업체들을 수중에 넣기까지 갖은 고초를 겪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알루미늄 수출시장의 14%인 237만t을 수출한 러시아는 지난 91년초 알루미늄가격을 사상 유례없이 50%나 폭락시킨 근원지. 당시 공산주의 정권 붕괴로 정부지원이 돌연 중단되자 알루미늄 제련업체들이 현금조달을 위해 공급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냈던 것. 뢰벤은 이때 "러시아시장 지배"란 원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폭력의 도시에 뛰어들었다. 대다수 서방기업인들이 혼란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린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는 우선 러시아 제련소들에 현금차관을 공여하거나 선도금을 주고 알루미늄을 대량 매입, 국제시장에 내다팔았다. 92년 당시 러시아내 생산단가는 t당 300~600달러였으나 국제가는 최고 4배수준인 1,200달러를 호가했다. 당연히 엄청난 매매차익을 챙겼다. "위험의 보상"인 셈이다. 그는 여기서 얻어진 자본으로 93년부터 직접투자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예는 러시아에 있는 세계 최대의 브라츠스크 제련소의 지분 50%와러시아 3위의 제련업체 사얀스크사의 지분 60%를 매입한 것. 뢰벤이 지난 5년간 러시아 알루미늄 업계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15억달러규모인 세계 알루미늄 수출시장의 25%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이같은 거액을 단기간에 조달한 점이나 국영공장들을 매입한 경위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다. 러시아 언론들은 뢰벤이 정치권과 결탁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뢰벤의 러시아 현지 파트너들이 조직범죄단의 일원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 알루미늄 업계에는 탈세, 뇌물수수, 밀수 등이 만연했다. 이권다툼도 치열해 최소 6명이상의 국내 기업가가 청부살해됐다. 뢰벤역시 불법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그러나 비난의 화살에 예민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다. 최근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5억달러 상당의 자금을 물색하는 방안에 여념없다. 알루미늄 가격이 약세에 머물고 있는 지금이 노후 제련소 시설정비의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세계 알루미늄 거래상들은 이제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한다. 그가 투기적 야심으로 공급물량을 조절한다면 시황이 흔들릴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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