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세계엔 별일도 많다] (2) 제리 페이트 (미국)

.이글찬스는 찬스 파5홀에서 두타만에 그린까지 갔다면 분명 이글찬스이다. 설사 이글은 안될지라도 버디는 해야 본전. 그런데 그런 이글 찬스에서 "쿼드루플 보기 (4오버파)"를 한 선수가 있다. 무려 9타를 쳤다는 얘기. 더욱이 그 장본인은 아마골퍼도 아닌 메이저 우승 경력의 "빛나는 프로"였다. 때는 1982년 월드시리즈골프대회였다. 대회장소인 미 오하이오주 파이어스톤CC 2번홀은 파5의 서비스홀로 웬만하면 투온이 가능했다. 22세의 젊은 나이에 76년 US오픈 우승을 따냈던 제리 페이트 (미국)도 너끈히 두타만에 그린 프린지까지 도달했다. 홀컵까지는 약 15m거리. "왔다 갔다"하며 경사를 살핀 페이트는 이글을 노리며 첫 퍼팅을 했다. 볼은 살랑 살랑 홀컵을 향해 굴렀다. 멋진 퍼트. 그러나 단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볼은 홀컵을 스치며 1.2m 지나서 멈춰섰다. 이글은 아쉽지만 버디는 눈앞에 보이는 셈. 페이트는 그 오르막 버디퍼트를 쳤다. 그러나 의욕이 앞선 것일까. 그 퍼트는 너무 셌다. 볼은 홀컵을 다시 90cm 지나쳤다. 페이트는 거기서 정말 열받았다. 그는 얼굴이 붉어지며 "에그, 파라도 잡아야지"하며 세번째 퍼트를 했다. 그러나 그날은 정말 "개같은 날의 오후"였다. 그 파퍼트마저 홀컵을 돌아 나온 것.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볼이 홀컵 5cm 지점에 있었기 때문에 비록 4퍼트이기는 하지만 보기는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진짜 별일도 많군 그러나 4퍼트로 끝났으면 "별일"축에 끼지도 못한다. 볼은 홀컵 건너편에 있었는데 이미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한" 페이트는 그 5cm 퍼팅을 하기위해 그쪽으로 가서 어드레스를 할 심정이 못됐다. 사실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볼은 너무 홀컵에 붙어 있었다. 페이트는 이제까지 숫하게 해오던 것 처럼 퍼터를 내밀어 볼을 끌어 쳤다. 진짜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볼은 움푹 파진 퍼터 뒷면 (핑퍼터 스타일을 생각하면 된다)을 주걱 삼아 "붕" 떠오르더니 홀컵을 건넜다. 홀컵을 건너 뛴것 까지는 그래도 괜찮지만 사건은 볼이 그의 발에 맞은 것이다. 경기자의 볼이 자신의 몸에 맞으면 규칙 19조 2b에 따라 2벌타. 2벌타를 먹은 후 페이트는 "실로 오랫만에" 볼에 홀컵구경을 시켰다. 합계는 간단히 9타.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마디뿐이었다. "이글찬스에서 9타 쳐 본 사람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부친의 제의를 거절 페이트는 9타에도 불구 그 대회에서 공동 10위를 했다. 버디만 잡았어도 물론 우승. 그러나 페이트가 허물허물한 선수는 결코 아니었다. 그는 75년 프로입문할 때 부친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자 "가족에게 돈 빌리면 맘이 약해진다"며 거절, 부친친구로 부터 4,000달러를 빌려 프로생활에 나섰다. 그는 그 돈을 갚기위해 열심히 골프를 쳤고 이듬해 프로 첫승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성취했다. 82년 플레어스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한 그는 목 디스크로 87년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지금은 골프라이터, 해설가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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