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골프] 엉터리 매장관리 .. 소동기 <변호사>

지난 일요일 운동화 한 켤레를 사달라는 아들을 따라서 백화점에 갔었다. 친구들과 모여서 어떤 운동화를 신기로 약속을 했는지 아들녀석은 이곳저곳을 열심히 기웃거리고 다녔다. 물건을 찾는데 신이 나기도 하였겠지만 주말이면 골프장에 가버리는 아빠와 함께 모처럼 백화점에 온 그 자체가 더 즐거운 듯해보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따라 다니려고 노력하지만 쉬이 지쳐 버림은 어쩔수 없었다. 아들이 찾는 운동화를 보는 것을 그만두고 필자의 눈은 골프웨어코너로 향하더니 그만 그곳에서 발을 멈추었다. 링스 (LYNX) 코너에서 쉐타를 바라보다가 문득 광고판에 조그마하게 붙여져 있는 톰 왓슨의 피니쉬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링스의 계약프로로서 유명한 사람은 프레드 커플스인데 그곳에 왠 톰 왓슨의 사진? 필자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하고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지만 톰 왓슨의 것임에 틀림없었다. 톰 왓슨은 링스의 경쟁업체인 램 (RAM)의 계약프로이고 링스의 계약프로는 프레드 커플스나 어니 엘스인데 매장주인은 그러한 사실을 모르나? 이 매장의 주인은 골퍼가 아닐까? 아니 사람들은 이런 엉터리 매장에서 물건을 사간단 말인가?. 순간적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드디어 필자는 매장의 점원을 불러 이야기를 하였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톰 왓슨이 아니오? 당신네 링스의 계약프로는 프레드 커플스인데 이렇게 엉터리 사진을 걸어 놓고 어떻게 장사를 한다 말이오? 톰 왓슨은 당신네들의 경쟁사인 램 (RAM)의 계약프로인 줄을 모르시오?" 그때 갑자기 머리뒤에서 아들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아마 그 언니는 그렉 노만도 모를지 몰라요. 그런데 어떻게 톰 왓슨이나 프레드 커플스가 어느 회사의 계약프로인 줄을 알겠어요. 아빠는 제 신발을 사 주겠다고 오셔 놓고서는 어느 사이에 빠져 나와 이처럼 엉터리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는 거예요?" 아뿔사! 개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더니 골프때문에 이제는 아들녀석에게야단을 듣는 신세가 되었구나. 순간 그 녀석에게 얼마나 미안하고 여자종업원에게 무안하던지 얼른 그곳을 빠져 나오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톰 왓슨의 사진이 걸려 있는 링스코너에서 옷을 사는 사람들이길래 골퍼채도 비싼 것만 좋아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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