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일자) 중소기업을 강하게 만들려면

최근 서울을 다녀간 미국의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기업 모습에 관해 언급하는 가운데 "제2의 물결"인 산업시대에는 "큰 것은 무조건 좋다"고 했지만 "제3의 물결"인 정보화시대에는 "작은 것이 강하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작은 기업이 유연성 순발력등 모든 면에서 큰 기업보다 뛰어나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한때 "작은 것은 아름답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지만 이제부터는 "작은 것이 강하다"는 명제의 실현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비자금"파문과 뒤이은 "12.12및 5.18정국"전개로 경제를 걱정하는 소리가높아지면서 정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일 한이헌 경제수석이 경제부처 차관및 국책 연구기관장 등과 최근의경제동향및 내년 경제운영 방향을 논의한데 이어 8일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확대 경재장관회의가 청와대에서 예정돼 있다. 오늘 회의에서는 기업의 설비투자촉진, 연말물가 안정대책과 함께 중소기업지원대책이 특히 관심깊게 다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경기 양극화현상이 짐작 이상으로 심각할 뿐아니라갈수록 더욱 심화되는 현실이어서 중소기업을 어떻게 해서든 살리는게 곧 내년의 경기급강하를 막을수 있는 길이라고 보는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도 이에 공감한다. 문제는 수단과 방법이다. 어떻게 해야 중소기업의 부도와 도산을 줄이고 국가경제의 풀뿌리로 강하게만들수 있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지금까지 별의별 방법을 다 써 봤지만 개선은 커녕 현실은 더욱 어려워지고있다. 하지만 확실한 대책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중소기업간의 모든 거래에서 어음대신 현금결제를 보편적인 관행으로 유도, 최대한 빠른 기간안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중소기업 경영의 애로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한 둘이 아니다. 엄청나게 많다. 내수부진과 판매난, 인력부족과 인건비상승, 판매대금 회수난에다 자금조달난, 그리고 기술부족과 정보부족등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불경기땐 특히 더하지만 호황때도 여전한 경우가 많다. 이는 중소기업의 경영애로가 경기에 영향받는 요인이기보다 구조적으로 한국사회의 사업풍토 자체가 중소기업을 하기 어려운 탓에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최대 애로는 한마디로 자금난이다. 그리고 자금난의 최대 원인은 어음을 결제수단으로 쓰는 관행에 있다. 뿌리깊은 관행인 점에서 그건 구조적이다. 따라서 그걸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대책은 말짱 헛수고가 되기 쉽다. 모양만 그럴싸하지 실효성과 실속이 없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5일의 모임에서 한전과 도로공사등 대형 공기업들로 하여금 이달부터 중소기업의 납품및 공사대금을 전액 현금결제토록 한것은 잘한 일이다. 차제에 범위를 모든 공기업으로 확대하고 민간기업으로의 확산을 적극 유도하는 용단이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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