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비자금 파문] 대국민 사과문 (전문)

못난 노태우 외람되게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이자리에 서있는 것조차 말로는 다할수 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뜻을 무참히 저버린 이사람이 무슨 말씀을 드릴수 i있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지난 며칠동안 얼마나 많은 허탈과 분노를 느끼셨습니까. 저를 향한 국민 여러분의 솟구치는 분노와 질책은 당연한 것입니다. 오늘 국민 여러분앞에 선것은 저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로지 국민 여러분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작금의 통치자금문제에 대한 저의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리고 사죄를 드리기 위해 이자리에 섰습니다. 구차한 변명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통치자금은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정치의 오랜 관행이었습니다. 저의 재임당시 우리의 정치문화와 선거풍토에서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았던것입니다. 물론 관행이라고 해서, 또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서 그것이 용납될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이를 과감히 떨쳐버리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5년동안 약5천억원의 통치자금이 조성되었습니다. 주로 기업인들로부터 성금으로 받아 조성된 이 자금은 저의 책임아래 대부분 정당운영비등 정치활동에 사용되었습니다. 또 일부는 그늘진 곳을 보살피거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을 격려하는데 보태기도 하였습니다. 집권당의 총재로서 또 국정의 구석구석을 살펴야할 대통령으로서 그것을 외면할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기업인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한푼도 헛됨없이 써야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쓰고 남은 통치자금은 저의 재임당시 1천7백억원가량 됐습니다. 이처럼 엄청난 액수가 남게된 것은 주로 대선으로 인한 중립내각의 출범등당시 정치상황의 변화때문이었습니다. 평범한 시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갈 사람이 그 많은돈이 무슨 필요가 있었겠습니까. 단 한푼이 남더라도 이를 나라와 사회에 되돌려주어 유용하게 쓰도록 하는것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서도 여러가지 상황으로 기회를놓치고만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잘못이었습니다. 통치자금을 조성한 것도 비난받아 마땅할 터인데 이를 국가와 국민을 위해유용하게 처리하지 못한 것은 더더욱 큰 잘못이었습니다. 이 모든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내리시는 어떠한 심판도 달게 받겠습니다. 어떠한 처벌도 어떠한 돌팔매도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당국에 출석하여 조사도 받겠습니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저의 씻을수 없는 과오로 인해 저 이외의 어느 누구도상처받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특히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밤낮없이 눈물겹도록 뛰어다니는 우리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는것이 저의 간절한 마지막소망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긴 제가 더이상 무슨 말씀을 드릴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순간 전직 대통령이었던 것이 한없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드릴수만 있다면, 또 그것이 속죄의 길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재삼 국민 여러분앞에 무릎꿇어 깊이 사죄드립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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