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금융세계화, 담보대출 관행부터 고쳐야

정부는 지난9일 "중소기업지원 9대시책"에서 중소기업의 신용보증확대를 위해 오는97년까지 15개의 지역신용보증조합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지역신용보증조합의 설립은 국내은행의 담보대출관행으로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특히 지방중소기업의 금융조달력을 보완해 준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러나 이 조치가 국내 중소기업금융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인가는 다소 의문이다. 우선 기존의 신용보증기관이 재원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출연금이 영세한 지역신용보증조합의 설립이 과연 실효성을 가질 것이냐는 점이다. 전문화되고 집중화됨으로써 거래비용 정보생산비용 위험관리측면에서 규모효과와 분산효과를 향유하는 금융기관의 경영특성상 소규모로 분산된 15개 보증금융기관의 경영효율성에 의문이 따른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지역신용보증조합의 설립은 국내은행의 담보대출관행에 따라 파생되는 여러문제중 중소기업의 취약한 금융접근력 문제에 대한 부분적 해결방안이라는 점이다. 보다 궁극적인 것은 지난 15일 대통령이 천명한 바와 같이 담보대출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표명이 아닌가 한다. 이를 계기로 담보대출관행문제가 개선된다면 중소기업의 금융접근력은 물론 금융가용력 역시 자연스럽게 제고될 것이다. 지난 93년말기준 국내 일반은행의 원화대출중 물적담보대출은 51.4%에 달한다. 보증대출이 9.1%,신용대출이 39.5%이다. 일본의 경우 92년3월기준 물적담보대출은 38.3%,보증대출은 30.3%,신용대출은 31.4%에 이른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신용대출은 제3자 보증을 포함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순수 자기신용대출이어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엔 신용대출이 관행으로 되어 있어 신용도가 낮은 경우 어쩔 수 없이 담보대출이 이뤄진다. 따라서 담보대출은 통상 양질의 대출이 아닌 것으로 인식된다. 담보대출관행이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 야기되는 문제는 두가지 차원에서 지적할 수 있다. 첫째는 자본배분의 문제로 담보력은 없지만 좋은 사업기회를 가진 우량기업이 담보력이 있는 불량기업에 비하여 금융접근력이 떨어짐에 따라 국민경제적으로 생산성및 성장성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둘째는 자금조달능력의 추가적 유지를 위해 기업 본연의 활동외에 불필요한 부동산투자가 이루어져 토지가수요에 따른 금융가용성이 저하되고 자금가수요와 지가앙등 등으로 금리.물가불안을 야기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이같은 문제는 세계화와 개방경제로 급속히 이행하고 있는 동태적 경쟁적 상황에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결합에 의한 새로운 기업가의 진출이 억제되고 유치단계에 머무름에 따라 WTO체제하의 무한경쟁시대에서 실물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할수 없게 되는게 대표적이다. 이런 담보대출관행 개선을 위하여는 금융시스템을 구성하는 제 요소들이 동시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우선 금융기관 내부적으로 심사기능의 고도화와 프로젝트금융등 새로운 금융기법의 개발신용대출기준의 표준화 객관화대출취급자에 대한 면책기준등 다각적인 관점에서 정비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재무자료의 신뢰성제고를 위한 외부감사기능의 확충방안과 기업공시제도의 강화방안 등이 충분히 모색돼야 한다. 금융기관거래는 물론 비현금결제거래에 있어서의 정보가 통합관리되어 부실신용거래자에 대한 제재가 사회전체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끝으로 신용경제시스템의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는 정보,특히 신용평가정보등을 효율적으로 생산할수 있는 공신력있는 제3자 전문기관의 육성.활용이 신용경제사회를 조기 정착시키는데 중요한 수단이 된다. 아울러 예금보험제도 도입등과 관련 신용평가영역이 기업은 물론 금융기관까지 확대됨으로써 사회전체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기존의 인식틀에서 전면 전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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