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조합사람들] (6) 인쇄연합회..협동화/화합 돋보여

대한인쇄연합회는 13개 지방인쇄공업협동조합과 2천5백여개업체를 회원으로 구성돼있다. 이 연합회는 중소기협중앙회가 생겨난 지난 62년 설립됐다. 초대회장은 국회 상공분과위원장과 기협중앙회회장을 지낸 유기정삼화인쇄 회장이 맡았다. 이후 김준기보진재회장과 채복기삼성인쇄사장등이 회장을 역임했다.그동안 인쇄연합회는 명실공히 재계의 거물들이 회장자리를 거쳐갔다. 현직 회장인 김직승회장도 중소기업계에서 주도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동아출판사를 비롯 삼화인쇄 고려서적 교학사등 쟁쟁한 인쇄업체와 전국인쇄조합모두를 회원으로 하는 연합회를 지난 89년부터 맡아 업계의 다양한 욕구를뛰어난 포용력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김직승회장은 겉으로 온화하면서도 안으로 강직한 실천력을 가진 인물로 유명하다. 지난 87년 성격이 각각 다른 3개기관이 힘을 합쳐 서울 서교동에인쇄회관을 건립하는데 김회장은 온화한 성품으로 갖가지 어려움을 예상외로 쉽게 타개해 나갔다. 그러나 88년 비전문인쇄기관들이 상업인쇄사업분야를 밀고 들어오자 그는 강성의 실천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의 중소기업고유업종인 상업인쇄쪽에 침투하자 서울 여의도에 1만여명의 인쇄인가족들을 모아 궐기대회를 가졌다. 전국인쇄인수호위원회위원장으로서의 그의 역할은 리더십을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이 여세를 몰아 김회장은 89년2월 기협중앙회부회장에 당선됐다. 92년까지 기협부회장을 역임하는 기간동안 각 정책분과위원장과 중소기업정책심의회의원을 거치면서 중소기업분야의 정책입안에도 두각을 보였다. 이같은 활동 덕분에 중소기업계는 김회장을 다음 기협중앙회회장을 맡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김회장 자신도 차기 회장에 출마할 뜻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인쇄연합회는 연간 75종의 각종 인쇄물 1천1백억원어치를 협동조합을 통해 단체수의계약으로 납품한다. 정부에서 쓰는 서식을 비롯 장부 홍보물등은 거의 인쇄연합회를 거쳐 인쇄된다. 따라서 업체별 요구량이 항상 상충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인쇄분야에서는 업체들끼리 떨그럭거리는 소리를 낸 적이 없다. 이같이 다른 업계와 달리 단체수의계약부문에서 순조로운 것은 서울인쇄공업협동조합이사장을 맡고있는 김종명이사장의 도움이 크다. 물론 채복기사장등 전직회장들의 지원도 큰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홍순직과학기기협동조합이사장과 김진태공예연합회회장등 협동조합계의 중진들도김직승회장을 힘껏 지원해준다. 최근들어 인쇄연합회는 개별중소인쇄업체들이 원부자재를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공동구매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올해 연합회는일본 네덜란드등으로부터 제판용필름 스캐너필름 현상약등을 48억원규모를 수입,중소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한때 인쇄업계는 광명인쇄(현 고려서적)등이 정계에서 관심사로 떠오르는 등 시끄럽기도 했으나 지금은 정치적인 지위를 확보하는데 급급하기보다는 협동조합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다시 찾겠다는 것이 한결같은 바람이다. 업계가 똘똘 뭉쳐 대도시내 인쇄시설설치기준을 20마력에서 50마력으로 끌어올린 것도 협동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준 사례였다. 이제 인쇄연합회회장과 기협중앙회부회장으로서 보여줬던 김직승회장의 리더십이 전체 중소기업계를 얼마나 잘 이끌는지는 차분히 기다려봐야 할 과제인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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