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상반기 대규모 이익을 올리자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다른 산업에선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데 은행만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쉬운 이자 장사로 ‘떼돈’을 벌고 은행원에게 과도한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들은 이에 대해 이익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저금리에 따른 현상이고 미국 등 선진국 은행에 비하면 여전히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높아지고 경기가 나빠지면 이익이 크게 줄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자장사로 떼돈" vs "외국銀보다 수익성 낮다"
◆“이익 과다” vs “저금리 여파”

은행에 대한 비판은 우선 이익에 집중되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이익을 지나치게 많이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국내 은행들이 거둔 순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조1000억원)보다 4% 정도 증가했다. 2011년 상반기(10조3000억원) 이후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은행 비판론자들은 삼성전자와 금융회사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상반기 순이익(40조7000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은 특히 이자이익을 지나치게 많이 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상반기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19조7000억원.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9.5% 늘었다.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상반기 2.01%에서 2.08%로 높아졌다.

은행들은 여기에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은행의 대출자산이 늘고 이자이익이 불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특히 올 상반기 이익 증가의 핵심은 대손비용 감소에 있다고 얘기한다. 대손비용이란 원리금을 제때 못 갚을 경우 은행들이 쌓아놓는 돈을 말한다. 한 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저금리 때문에 이자를 제때 안 내는 기업과 가계가 대폭 줄었다”며 “은행 대손비용이 작년 상반기 2조7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1조원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은행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로 봤을 때 국내 은행은 0.7%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미국 은행이 대체로 1%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은행의 수익성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고용 안해” vs “창구에 손님 없다”

은행들은 ‘떼돈’을 벌지만 일자리 확대에는 관심이 없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 4대 시중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모두 5만9591명으로 1년 전(6만1754명)보다 2163명 줄었다. 이에 대해 한 은행 부행장은 “은행 거래에서 모바일이나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웃돈다”며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은행원 감축 속도가 상당히 느린 편”이라고 반박했다. 은행들은 더불어 정부와 여론의 눈치 때문에 올 하반기 3000명 이상 채용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막대한 이익을 바탕으로 은행원 연봉만 높여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4대 시중은행에 SC제일, 한국씨티 등을 합친 6개 은행의 상반기 직원 평균 급여는 4750만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비판론자들은 이 같은 은행 급여가 삼성전자(4300만원)보다 높다고 공격한다.

이에 한 은행 인사부장은 “상반기 은행 보수엔 성과급, 소득공제 환급액 등이 몰려 있어 하반기보다 10~20%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은행원은 개인연금저축 의무가입 및 우리사주 보유 등에 따른 소득공제 등으로 하반기보다 상반기에 300만~400만원 더 받는다. 그는 “은행원이 실제 받는 급여는 삼성전자 등 굴지 대기업보다 약간 적다”며 “우수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려면 높은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