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원진아 이동욱 조승우 /사진=최혁 기자
'라이프' 원진아 이동욱 조승우 /사진=최혁 기자
우리 일상과 가장 맞닿아 있지만 전문지식이 없으면 잘 알지 못하는 곳, 바로 의료계다. 현재 의료계가 직면하는 문제점을 짚어낼 묵직한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찾는다. ‘비밀의 숲’으로 매니아층을 대거 형성한 이수연 작가가 드라마 ‘라이프’를 선보인다. 이동욱, 조승우라는 걸출한 배우의 얼굴을 통해서다.

JTBC 새 월화특집드라마 ‘라이프’는 현실에 타협하느냐 일신의 번영이냐, 극적인 신념이 충돌하는 병원이 무대다. 몸 속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항원항체 반응처럼,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신념이 병원 안 여러 군상 속에서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의사의 신념을 중시하는 예진우(이동욱)와 무엇보다 숫자가 중요한 냉철한 승부사 구승효(조승우 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를 치밀하고 밀도 높게 담아낼 예정이다.

23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호텔서울에서 열린 ‘라이프’ 제작발표회에서 이동욱, 조승우를 비롯한 주연 배우진과 홍종찬 감독이 참석해 차원이 다른 웰메이드 의학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 관전 포인트 1. 클라스가 다른 이수연표 대본
단순 '의드' 아냐…사회파 드라마 '라이프', 본방사수 해야 할 이유 셋
지난해 ‘비밀의 숲’으로 장르물의 새 장을 연 이수연 작가가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섬세한 연출로 눈도장을 받은 홍종찬 감독과 의기투합했다. 배우들은 이 드라마에 출연한 이유로 완벽한 대본을 꼽았다.

극중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예진우 역을 맡은 이동욱은 "먼저 작가,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다. 기라성같은 배우들까지 세 가지 요소가 작품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도깨비’에서 '저승사자'는 죽은 사람을 데려가는 역인데 이제는 죽을 뻔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게 됐다. 전작은 판타지였는데 이번 작품은 현실적이라 정반대 느낌이 끌렸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수연 작가는 '비밀의 숲'으로 백상예술대상을 받았다. 내가 감히 어떤 말을 하겠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수연 작가의 작품에 처음 출연하게 된 이동욱은 “대본을 보는데 한 눈에 글이 안들어와서 ‘왜?’라는 미스터리가 생기다 후반부에 가면 점점 풀려나간다. 아주 독특하고 섬세한 화법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연기하는 데 감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비밀의 숲’ 황시목 검사에 이어 예진우가 근무하는 상국대학병원 총괄 사장 구승효를 연기하게 된 조승우는 “일부러 연이어 출연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때그때 마음을 흔드는 작품을 선택했다. 이수연 작가의 대본은 정말 어렵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비밀의 숲’의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또 같이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했다. 하지만 하길 잘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규형 또한 “’비밀의 숲’에서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었는데 나중에 모든 것이 드러난다. 한참을 고민하던 대본이었다. ‘라이프’에서 역시 이수연 작가 작품은 빈틈이 없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경외과 센터장 오세화 역을 연기하는 문소리는 "장르적이지만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겠다'는 태도를 가진 작품이 잘 없다. 이수연 작가 대본 보고 조금 놀랐다. 절감하고 있던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용감하고 날카롭고 정말 커다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면역력을 높여서 가치관으로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가, 이런 주제를 가진 드문 작품"이라고 자신감을 전했다.

홍종찬 감독은 "이수연 작가의 글은 기존 드라마의 문법과는 많이 다른 스타일이다. 글 자체가 주는 구성이 원천적으로 다르다. 기존 의학드라마와는 작품 색깔이 워낙 달라서 매우 새롭다"고 밝혔다.

◆ 관전 포인트 2. 안방극장을 뒤집어 놓을 '연기 거인'들
단순 '의드' 아냐…사회파 드라마 '라이프', 본방사수 해야 할 이유 셋

홍 감독은 이동욱, 조승우, 원진아, 이규형, 유재명, 문소리, 문성근, 천호진, 태인호, 김원해 등 20여명의 연기신들이 ‘라이프’의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라이프’에서 투톱 주연을 맡게 된 조승우와 이동욱은 서로에 대한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동욱은 "조승우는 항상 편하게 포용해 주신다. 현장에서 막 웃고 농담하다가 눈빛이 확 바뀐다. 그래서 몰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편하게 촬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조승우는 "예진우는 구승효에게 대들기도 하고 요구하기도 한다. 연기하다가 너무 노려봐서 눈알이 빠지는지 알았다. 호흡은 정말 안정적이었다. 너무 마음에 드는 훌륭한 배우다. 키가 너무 커서 고개가 아픈거 말고는..."라고 귀띔했다.

이동욱은 이에 "조승우는 연기를 거인같이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중 원진아는 따뜻한 소아과 의사 이노을 역을 맡아 전작 '그냥 사랑하는 사이' 이후 한층 깊어진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그는 조승우, 이동욱이라는 '연기 거인'과의 호흡에 대해 "이동욱은 편하게 대해주신다. 조승우는 몰입도가 정말 높은 분이다. 각기 다른 매력이 있어 보고 배우면서 호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욱은 "만족스러운 답변"이라며 "평소에 잘 해준 보람이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원진아는 "젤리와 콩국수를 사주셨다. 꼭 말하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흉부외과 센터장으로 의사로서 신념을 지키려는 주경문을 연기한 유재명은 “김수연 작가의 인물에는 결핍, 신념, 절실이 충동하는 느낌을 받았다. 배우로서 황홀감을 느끼는 지점이지만 한편으로 잘 못할까봐 부담감도 생긴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규형은 극중 다정다감한 성품의 건강보험 심사평가위원회 심사위원이자 정형외과 전문의 예선우 역을 맡았다. 이동욱이 연기하는 예진우의 형이다. 그는 "'비밀의 숲'은 어떤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이라면 '라이프'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사건이 발생하며 이야기가 교차되는 지점이 있다. 그런 부분이 차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마약사범 '해롱이' 캐릭터로 큰 반향을 일으킨 그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 했어서 일부러 없애야지 하면서 연기하진 않았다. 인물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 캐릭터는 감정을 굉장히 절제하는 부분이 와 닿았다. 자연스럽게 '해롱이'는 잊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 관전 포인트3.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의료산업에 대하여
단순 '의드' 아냐…사회파 드라마 '라이프', 본방사수 해야 할 이유 셋

‘라이프’는 면역 활동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우리 의료기관이 ‘돈’이라는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 폐쇄적 문화가 낳은 병폐에 대해 치밀하게 짚어낸다.

유재명은 "재미있게 말 해야 하는데..."라고 고민하더니 "개인적으로 병원을 잘 안 갔었다. 이 드라마를 촬영하며 느낀 것은 병원은 가까운 곳에 있고, 자주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건강보험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우는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꼭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 담긴 작품"이라면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문소리는 "제가 학교에 강의를 하는데, 교육계에도 정말 올바른 신념과 긴 세월을 보고 갈 수 있는 가치관이 너무나 중요하다. 돈의 논리가 첫 번째가 되어버린 신자유주의시대에 대해 개탄하고 있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구나, 이런 이야기를 날카롭게 정면으로 던지는 드라마”라고 거들었다.

이동욱은 "소재가 주는 무거움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관심 없었던 이야기들을 이번에 다 알려드리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의료계 문제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삶에 직결된 문제"라며 "태어나서 병원 한번 안가는 사람 없으니까. 대부분 병원에서 태어난다. 여러분 뇌리에 쏙쏙 이해되게 작품을 준비해 찾아 뵙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라이프'는 23일 밤 11시 첫 방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