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17일 주행거리를 늘린 2세대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공개하면서 앞으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충전인프라 구축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는 1세대 투싼 수소전기차보다 성능을 보완한 신형 수소차를 내년 2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운영 차량으로 선보이기 위해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차는 충전시설에서 공급받은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반응할 때 나오는 화학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차세대 친환경차다. 수소차의 일반 판매에 들어간 일본과 달리 한국은 현대차가 원천기술을 세계 완성차 업체 중 먼저 확보했어도 그동안 관련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수소전기하우스'를 오픈하고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공개했다.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수소전기하우스'를 오픈하고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공개했다. (사진=현대차)
◆ 충전시설 구축, 수소차 성패…예측 어려워

현대차는 2020년까지 수소차 1만대를 보급한다는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보조를 맞춰 전기차와 함께 수소차 보급에 적극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다. 수소차 1만대 보급을 위해선 적어도 충전소 100기 구축이 우선이지만 아직 국내에는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 10기에 불과하다.

전기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점차 보급대수를 늘어난 배경에는 충전인프라가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집계한 전국의 전기차 충전소는 1168개소(충전기 1528기)에 달한다.

현대차가 내년 초 시장에 내놓을 2세대 수소차는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를 580㎞ 이상 늘렸다. 연료전지 성능과 수소 이용률 개선, 부품 고효율화를 통해 1세대 투싼 수소차의 55%였던 시스템 효율은 60%까지 올리고 성능은 20% 향상됐다는 평가다. 전기차가 급속충전기 기준으로 1시간가량 충전해야 배터리가 완충된다면 수소차는 3~5분 이내면 100% 충전을 완료할 수 있는 짧은 충전시간이 장점으로 꼽힌다.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원천기술 확보 차원에서 수소차 상용화는 좋지만 전기차가 주류 친환경차로 전환된 시기에 수소차가 돈 되는 먹거리가 될지는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10년 전부터 상용화가 됐던 전기차조차도 정부 보조금 의존 탓에 대중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이 아직은 걸음마 단계여서 일반인이 수소차를 이용하기는 향후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소차의 시장화가 가능해진다면 산업 발전 차원에서 육성하면서도 전기차로 갈지, 수소차로 갈지를 놓고 정부가 친환경차에 대한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장은 "전기차가 친환경차의 종착점이 아닐 수 있다"면서 "향후 10~20년 후에 전기차가 대폭 늘어나 충전에 필요한 전기 생산이 부족해지고 전기 요금이 비싸진다면 소비자들은 내연기관 차를 다시 찾게 되거나, 혹은 전기차와 다른 미래 운송수단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자동차가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인 차세대 '수소전기차'.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인 차세대 '수소전기차'. (사진=현대차)
◆ 정부·민간·지자체 협업…일본 벤치마킹 필요

수소차가 앞으로 국내 도로에서 운행되기 위해선 정부가 지원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수소충전 인프라 사업이 활기를 띄어야 한다. 일본은 수소충전소 구축 사업에 정부와 민간(완성차, 에너지업체 등)이 협력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충전부지 제공 및 관련 서비스를 맡는 방식으로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과 달리 그동안 도요타자동차가 수소차 미라이를 세계 시장에 적극 보급할 수 있었던 이유다.

현대차는 2013년 수소차 유럽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300여대를 보급·판매했으나 도요타는 2014년 12월 미라이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3700여대를 팔았다. 수소차 보조금, 충전소 설립 등 일본 정부의 지원 정책이 수소차 보급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한국보다 앞서가고 있다. 현재 일본 내 수소충전소는 91개소가 운영중이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충전소 160개소, 2025년까지는 320개소를 설치한다는 로드맵도 내놨다.

도요타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성능을 높이고 가격을 낮춘 2세대 미라이를 출시해 연간 수소차 3만대를 팔고 차값은 우리 돈으로 5000만원 선에 맞춘다는 목표다. 이어 2025년에는 수소차 가격을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 수준으로 낮춰 연간 20만대로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주도의 수소인프라 구축 사업은 이제 시작 단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초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을 만들어 수소충전소 보급 및 운영 활성화 연구를 진행중이다. 서재영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구원은 "향후 수소차 충전인프라 연구는 충전소 구축비용 저가화와 관련 기술 국산화 등 2개 과제가 연구 방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