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알파벳·MS·아마존·페북…실적 등에 업은 IT성장주 날았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주식 투자로 세계 4위 부호에 올라 ‘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기업 이익창출 능력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주식을 싸게 사들인 뒤 장기 보유해 시세차익을 얻는 ‘가치투자’ 방식으로 큰돈을 벌었다.

남다른 안목과 예측력을 가진 버핏이지만 최근 성과는 부진하다. 버핏은 지난달 장기 보유해온 IBM 주식을 3분의 1가량 내다팔면서 구글과 아마존 등 성장주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핏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하는 시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성장주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식시장은 ‘성장주 전성시대’를 맞았다. S&P 500의 성장주지수는 올 들어 지난 2일까지 14.47%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 가치주지수의 수익률(2.32%)보다 12.15%포인트 높다. 한국 주식시장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정보기술(IT)주의 질주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성장주지수의 상승은 애플,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 등 IT 기업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미국은 물론 세계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1~5위를 휩쓸었다. 10년 전인 2007년 정유회사 페트로차이나와 엑슨모빌, 제너럴일렉트릭 등이 시총 상위 기업에 올랐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증시에서는 미국 ‘빅5’ IT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주의 상승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장은 “경기 회복에 힘입어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는 상황에선 가치주보다 성장주의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IT주의 상승은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붐을 타고 주가가 올랐다가 IT 거품 붕괴와 함께 급격히 쇠락한 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 예일대 교수는 “실적 개선을 동반한 성장세와 탄탄한 사업 구조를 감안하면 IT 기업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아직도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에 직접 투자할 경우 혁신 속도가 빠른 산업과 체질이 급격하게 개선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T·헬스케어·소비재 기업이 대표적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기술업종에 속한 기업 중에는 자산 건전성이 뛰어나면서도 수익을 많이 내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이 있는 곳이 적지 않다”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차량용 반도체칩 등 새로운 기술 분야를 개척하는 기업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