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장하나, LPGA 접고 국내투어 '깜짝 U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4승의 강자 장하나(25·비씨카드·사진)가 국내 투어로 전격 복귀한다. 미국에서 일본 투어로 주 무대를 옮긴 신지애(29·스리본드)처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카드를 반납하는 완전한 ‘유턴’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뛰던 ‘톱 클래스’ 현역 투어 프로가 시즌 중에 시드를 반납하고 국내 투어로 돌아오는 건 장하나가 처음이다.

◆“가족과 함께하고파”

장하나의 매니지먼트사인 스포티즌은 22일 “장하나가 LPGA 투어 활동을 중단하고 오는 6월부터 국내 투어로 주 무대를 옮기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하나는 다음달 2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롯데 칸타타여자오픈을 통해 복귀 신고식을 치를 예정이다.

2010년 프로에 입문한 장하나는 국내 투어(KLPGA)에서 8승을 올린 뒤 2015년 LPGA 투어에 진출해 올 시즌까지 통산 4승을 수확했다. LPGA 상금랭킹 9위(35만9000달러), 세계랭킹 10위에 올라 있다. LPGA 안팎에서는 그의 데뷔 직후부터 “장타와 쇼트게임, 안정된 멘탈을 두루 갖춰 매 시즌 2승 이상을 올릴 수 있는 강자”라는 평가가 꾸준히 나왔다.

장하나의 전격 복귀는 연간 수만㎞에 이르는 장거리 여행이 불가피한 미국 투어에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이 쌓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장하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수시로 “나 때문에 미국에서 고생하는 아버지에게 너무 죄송하다. 빨리 아버지를 편하게 해드리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도 맘껏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스케이트 선수 출신인 장하나의 아버지 장창호 씨(66)는 2015년 장하나의 미국 투어 진출 직후부터 운전기사 역할을 하는 등 대다수 투어를 함께 해왔다. 농구 선수 출신인 어머니 김연숙 씨(66)는 한국에 머무르며 먹거리와 보약 등을 챙겨 보내며 장하나의 투어 생활을 도왔다. 올 시즌 국내 투어에 세 번 초청선수로 출전한 장하나는 지난달 삼천리투게더오픈 기자회견에서 “나 때문에 이산가족처럼 떨어져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국내 투어가 미국 일본 투어와 함께 세계 3대 투어로 평가되는 등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 복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LPGA 투어는 올 시즌 35개 대회, 총상금 6735만달러(약 787억원) 규모로 열린다. 한국 투어는 이보다는 작지만 해마다 덩치가 커지고 있다. 올해 31개 대회에 총상금이 209억원에 이른다.

◆선수들 “강자가 온다” 술렁

당장 국내 투어가 술렁이고 있다. 선수들은 놀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 투어 프로는 “미국 무대에서 통하는 최강자의 갑작스러운 등장이기 때문에 1인자 경쟁 등 투어 판도가 확 달라질 것”이라며 경계했다. 또 다른 프로는 “예상 밖의 복귀”라면서도 “톱 클래스와의 경쟁은 국내 투어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측면이 있어 대회가 훨씬 재밌어질 것 같다”고 반겼다.

KLPGA도 쇼맨십과 두터운 팬층을 가진 장하나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남진 사무국장은 “장 프로의 복귀는 국내 투어 복귀를 저울질해 온 다른 A급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내 투어 선수층이 한층 두터워지고 대회 수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투어에는 이미 이선화(31·다이아몬드클래스), 박주영(27·호반건설), 정연주(25·SBI저축은행), 백규정(22·CJ오쇼핑) 등 해외투어를 경험하고 돌아온 9명의 ‘유턴파’들이 활약하고 있다.

장하나는 지난 3월 장애인 재활에 써달라며 1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강원 강릉과 삼척 지역의 산불 이재민을 돕기 위해 5000만원어치 구호품을 기부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