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Joy] 한국GM 전기차 '볼트 EV' 시승기
순수 전기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고 있다.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난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전기차는 한국GM의 ‘쉐보레 볼트 EV’다. 1회 충전으로 383㎞가량 달릴 수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최근 볼트 EV를 타고 경기 고양 킨텍스를 출발해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까지 왕복 50여㎞를 달려봤다.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낼 수 있었다. 장거리 주행이 거뜬하다는 확신도 들었다. 운전대를 잡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전기차 특유의 시원시원한 초기 가속력이 인상적이다. 시속 150㎞까지 거침없이 치고 나갈 땐 순간적으로 몸이 뒤로 젖혀지기도 했다. 계기판을 보니 왼쪽에 283㎞라는 주행 가능 거리를 표시해줘 마음이 든든하다.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회생제동 시스템은 효율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전기차는 속도를 줄이거나 멈출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저장한다. 볼트 EV는 여기에 두 가지 기능을 더했다. 먼저 운전대에 달린 ‘리젠’ 버튼을 누르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감속하면서 서서히 정차한다. 이 과정에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 사용해보니 섬세한 속도 조절이 돼 운전이 재밌었다.

가속페달만으로 달리고 서는 ‘원 페달 드라이빙’도 가능하다. 기어를 저단(L)에 놓으면 밟는 정도에 따라 상태가 바뀐다. 깊게 밟으면 가속이 되며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같은 속도로 주행하는 방식이다. 발을 완전히 떼면 멈춰서기 때문에 운전이 한결 수월했다. 다만 일반 브레이크보다 승차감은 떨어졌다.

볼트 EV는 소형차 같은 겉보기와 달리 실내공간이 넓다. 센터페시아(오디오와 공기조절장치 등이 있는 가운데 부분)는 옆으로 쭉 뻗어 있어 개방감을 준다. 부착된 10.2인치 디스플레이는 에너지 흐름 등을 한눈에 보여주고 아랫부분 수납공간도 널찍하다.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GM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와 애플 ‘카플레이’ 외에 별다른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점이다.

뒷좌석은 건장한 남성이 앉아도 머리가 닿지 않았다. 레그룸(발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여유있고 바닥 중간 둔덕이 없어 안락한 느낌을 준다. 볼트 EV는 150㎾ 싱글 모터를 장착해 최고 출력 204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최대 토크는 36.7㎏·m다. 급속으로 1시간 충전 시에도 약 300㎞ 넘게 달릴 수 있다. 완속 충전 시간은 9시간45분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