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욱 소너리티 대표가 휴대용 내시경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락근 기자
손승욱 소너리티 대표가 휴대용 내시경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락근 기자
“미세한 부분까지 잡아내야 하는 수술엔 수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유명 메이커를 쓰는 게 맞겠죠. 하지만 동네의원에서 하는 1차적인 수준의 검진이면 저희 제품으로도 충분합니다.”

손승욱 소너리티 대표는 2015년 말 휴대용 내시경 ‘엑스코프’를 시장에 내놨다. 동물병원이나 동네의원에서 기초 검진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엑스코프는 아이팟 같은 휴대기기에 연결해 화면을 보면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초점과 밝기를 조절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저장까지 할 수 있다. 화질은 최대 360만 화소까지 지원해 귓속이나 목구멍의 염증을 검사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가격은 일반 내시경 기기의 5분의 1 수준이다.

국내에는 아직 모바일 내시경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다. 손 대표는 “의료기기 시장은 공룡 기업들이 독과점을 하고 있는 탓인지 훌륭한 기술은 많지만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이 없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결과 휴대용 내시경을 만드는 업체는 해외에서도 두 곳밖에 없었다. 국내에는 외국 제품들을 수입하는 업체들이 있지만 제품 가격이 엑스코프보다 배 이상 비싸다.

휴대용 내시경이라는 아이디어는 2015년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창업아이디어경진대회에서 대상을 타면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같은 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한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는 1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지원사업에 선정돼 1억5000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제품 판매 후 고객들에게 들어보니 “빛의 세기가 약하다” “화면을 터치할 때 흔들려서 불편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100대를 팔기로 했던 지난해 목표치는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

손 대표는 고객들의 지적을 양분 삼아 제품을 보완했다. 광원의 밝기도 강화하고, 외부에 버튼을 만드는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한 새 제품을 올 8월께 출시한다. 그는 “올해는 지난해 달성하지 못한 100대 판매 목표를 꼭 이루겠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신제품과 함께 후두부를 더 정밀하게 볼 수 있는 스트로보스코프 내시경도 내놓을 계획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