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소리 들려주는 하프 대중화 앞장"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빼앗길 것 같은 아름다운 곡선(프레임), 47개에 달하는 긴 줄에서 나오는 천상의 소리.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 하프는 환상적이고 우아하지만 정작 연주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에서 프로, 아마추어 연주자를 모두 합쳐도 150여명에 불과하다. 어렵고 비싸다는 편견 때문이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하피스트 곽정(사진)은 이런 편견과 늘 싸워왔다. 그는 26일 인터뷰에서 “하프는 다른 악기에 비해 어렵지 않고 더 로맨틱하며 가격도 프로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악기 중 가장 저렴하다”며 “친절한 해설을 곁들인 연주로 하프 대중화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뉴욕 이스트먼음악원을 졸업한 곽정은 1997년 세계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 이스라엘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데뷔했다. 그가 하프를 시작한 것은 열두 살 때다.

“클래식 애호가인 외할머니가 ‘천사들이 연주하는 하프를 우리 손녀도 배우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죠. 신기하게도 하프를 처음 본 순간, 마음을 전부 빼앗겨 버렸어요.”

곽정은 하프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지난 21일부터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하프 공연과 해설을 함께하는 ‘The Gift’ 공연을 5회에 걸쳐 선보이고 있다. 21일 첫 무대에선 하프의 종류부터 구성, 줄의 종류와 갯수, 페달 개수까지 하프에 관한 모든 것을 관객에게 설명했다.

“하프엔 페달이 7개나 있는데, 페달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누군가 쉽고 재밌게 하프를 알려준다면 이런 장벽을 없앨 수 있을 것 같아 공연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첫 무대에선 아카펠라그룹 솔리스츠와 함께했다. 다음달 12일에는 색소포니스트 최진우, 6월23일엔 소프라노 박성희가 참여한다. 7월21일엔 곽정이 직접 꾸린 6인조 하프그룹 하피데이, 9월8일엔 현악 사중주 스트링판타지와 무대에 선다. 곽정은 “색소폰과 하프의 조합은 색다르지만 의외로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곽정은 직접 하프국제콩쿠르를 만들어 인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한 하프국제콩쿠르엔 세계 각지의 젊은 하피스트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