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봉 7000만원·정직원 300명 배치…한국씨티은행 '고객센터 실험' 성공할까
한국씨티은행(행장 박진회·사진)이 유례없는 실험을 벌이고 있다. 133개 점포를 올 연말까지 32개 점포로 통폐합한다. 100개 넘는 점포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사라지는 점포의 인력은 비대면 전문영업센터로 재배치한다. 창구에서 영업하지 말고 전화와 온라인 등으로 영업하라는 얘기다. 비대면 영업센터 직원의 평균연봉은 700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이달 들어 직원을 대상으로 신설 예정 비대면 전문영업센터인 ‘고객가치센터’ ‘고객집중센터’ 근무 지원자를 모집 중이다. 이 센터는 최대 300명 규모로 구성된다. 임원급인 본부장 아래 지점장급 30여명과 과장급 이상 중간관리 직원이 다수 배치된다. 다른 시중은행의 지역 영업본부와 비슷한 규모다. 씨티은행 고위 관계자는 “개인 소매고객 거래의 95%가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어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지만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평균연봉 7000만원·정직원 300명 배치…한국씨티은행 '고객센터 실험' 성공할까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다. 노조는 비대면 영업센터를 사실상 ‘콜센터’로 보고 있다. 이 은행 노조 관계자는 “기존 직원을 콜센터로 재배치하면서 싫으면 나가라는 것이 은행 방침”이라며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은행 관계자는 “평균연봉 7000만원을 주며 단순 콜센터를 운영하는 조직은 없다”며 “모바일로 거래하는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 예금, 대출이나 투자상품 영업을 하는 역할을 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신고, 조회·납부업무 등 단순 업무는 기존 콜센터에 맡기고 장기적으로는 인터넷·모바일 상담이나 인공지능 상담으로 대체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씨티은행의 비대면 영업센터가 콜센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신이나 수신 등을 보면 여전히 오프라인 거래 비중이 압도적”이라며 “씨티은행의 비대면 영업센터가 단순 업무 처리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씨티은행의 실험이 성공하느냐 여부는 비대면 영업으로 얼마나 성과를 올릴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전화와 온라인으로 예금과 대출 등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새로운 영업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실패한다면 씨티은행이 ‘사실상의 콜센터’를 다른 말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