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장인이 되기보다 로봇과 한팀 이뤄라
지난해 3월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기사가 벌인 ‘세기의 반상 대결’은 AI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직은 AI가 인간 최고수를 못 넘어설 것’이란 예상을 깨고 알파고의 압승으로 끝난 대국 결과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겨줬다.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뿐 아니라 고난도의 정신노동까지 대체하는 것이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곧 다가올 현실임을 일깨웠다.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에서 ‘지능형 기계(intelligent machine)’가 일자리와 소득, 주거지, 협상, 연예 등 경제 전반과 일상의 삶에 가져올 변화를 구체적이면서도 생생하게 그려낸다. 생산성과 효율성에 민감하고 실물경제에 기반한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미래를 냉철하게 전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책의 원제는 ‘평균의 시대는 끝났다(Average is over)’다. 저자에 따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늘어나고, 중간층이 줄어드는 경향을 압축한 이 말은 미국 사회의 현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는 지능형 기계로 인한 생산성 증가, 세계화, 극도로 침체된 부문과 활발한 부문으로 양분된 경제 등 되돌리기 힘든 요인에서 비롯되며 앞으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전망이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부유층과 빈곤층이 많아지고 그 사이에 ‘평균’으로 대변된 중간층이 사라질 것이다. ‘제2의 기계 시대’에 적응한 사람들은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저소득층으로 떨어진다. 변화를 감지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고소득 반열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린다.

지능형 기계가 갈수록 강력해지고 일반화되는 시대에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는 정보처리 작업에 능숙한 사람이다. 핵심은 단순한 프로그래밍 기술이 아니라 전문적 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저자는 기계가 인간을 넘어선 지 오래된 게임인 체스를 예로 든다. 사람과 기계가 한 팀을 이뤄 겨루는 ‘자유형 체스’란 종목이 있다. 기계나 사람이 단독 출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과 기계로 구성된 팀의 승률이 월등히 높다. 이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의 ‘사람’은 체스 챔피언들이 아니다. 체스를 어느 정도 둘 줄 알되 기계의 조언을 빠르게 처리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저자는 체스의 자유형 모델이 적용되고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의료 진단을 꼽는다. 기계는 사람의 진단을 다시 확인하고, 피곤에 찌든 의사의 실수를 교정하고, 새로운 의학 정보를 빠르게 찾아 저장할 수 있다. 사람의 눈은 기계가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영상 오차나 데이터 입력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도 사람이 해당 분야에서 최고 지식을 지닌 권위자일 필요는 없다.

이 책은 분야별로 자신의 기술과 숙련도가 기계와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지, 완전히 대체될 만한 것인지 가늠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지능형 기계와 결합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찾거나 능력을 기르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