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열린 ‘2016 생활문화센터성과공유회’에서 참석자들이 ‘생활문화센터의 역할 찾기’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태종, 박시영, 이소연, 전형섭, 이대형, 신정호, 최경성, 태지윤 토론자.
지난 2월 열린 ‘2016 생활문화센터성과공유회’에서 참석자들이 ‘생활문화센터의 역할 찾기’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태종, 박시영, 이소연, 전형섭, 이대형, 신정호, 최경성, 태지윤 토론자.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삶의 ‘쉼표’를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문화’는 즐기고 싶지만 나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6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여가활동 시간은 평일 3.1시간, 휴일 5.0시간을 기록했다. 2014년 조사에서 각각 3.6시간, 5.8시간으로 나타났던 것보다 줄었다.

이렇게 축소되는 여가활동 시간에 반기라도 들 듯 직장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 반복되는 일상생활에서 오는 무료함을 무대에서 해소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흐름이다. 강원 원주에서 활동 중인 경찰관 밴드 ‘더 폴리스’와 소방관 밴드 ‘펌프 1호’, 회사원 밴드 ‘플라잉’ 등으로 결성된 ‘원주 직장인 밴드 연합회’가 대표 사례다. 연합회는 지난 10년 동안 문화 소외시설에서 기부공연을 펼쳐왔다. 더 폴리스에서 기타를 치는 배을기 경위는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내 삶을 가치있게 여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펌프 1호에서 드럼과 베이스를 맡은 김봉중 소방관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 생활문화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용인 보정역 생활문화센터 마주침공간
용인 보정역 생활문화센터 마주침공간
일상에서 문화적 삶을 추구하는 ‘생활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생활문화란 취미나 여가활동으로 노래, 연극, 춤, 서예, 회화 등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즐기면서 문화욕구를 충족시킨다는 개념이다. 자발적인 문화활동을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렇듯 생활문화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생활문화센터’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생활문화센터는 기존 문화시설과 유휴공간의 리모델링으로 조성된 생활문화 거점 공간이다.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동네 밴드 연습을 하거나 밸리댄스 동호회, 서예 동호회 등에 참여하면서 또 다른 삶의 그림들을 그려나가고 있다. 2014년부터 생긴 생활문화센터는 2017년 현재 64개소가 개관됐고 41개소가 조성 중이다. 개인과 동호회의 연습 및 발표 공간 지원과 함께 지역 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및 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생활문화 소식이나 가까운 생활문화센터를 알아보려면 생활문화진흥원 누리집(www.nccf.or.kr)에 들어가면 된다. 국민의 능동적인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16년 5월 출범한 재단법인 생활문화진흥원은 권역별 생활문화센터 조성을 통해 생활밀착형 문화생활을 돕고 동호회 활동 및 축제 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생활문화진흥원은 지난 2월22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2016 생활문화센터 성과공유회’를 열었다. 생활문화센터 운영자들은 사업 수행 내용과 활동 경험을 공유하고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았다.

이날 추미경 문화다움 대표는 ‘생활문화센터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발제에서 “생활문화센터는 주민이 주도적으로 생활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며 “각 지역의 특색에 맞게 시민들이 자유롭게 만들어나가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문화센터 담당자들은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주민센터 등 같은 지역 내 다른 시설과의 차별점에 대한 토론에서 △공동의 문화적 가치 공유를 위한 공간 조성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스스로의 문화적 활동 가치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보정역 생활문화센터)는 설명과 △다른 시설들에 비해 권역별 네트워크가 더욱 강화된 공간(금산어깨동무 생활문화센터)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운영 사례 토론에선 △기존 문화센터처럼 같이 배울 수 있는 기능적 측면보다는 취미를 발견하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우선시한다(보정역 생활문화센터)는 방침과 △의식주에 근거한 일상적인 부분을 담아내며 이웃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간다(광주 서구 생활문화센터)는 설명이 제시됐다. 이들은 도시형, 농촌형 등 지역별 특색에 맞는 운영방식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날 운영분야에서 금산 어깨동무 생활문화센터가 문체부 장관상을, 광산문화원 광산생활문화센터가 생활문화진흥원장상을 받았다. 공간분야에서는 수영구 생활문화센터가 문체부 장관상을, 보정역 생활문화센터가 생활문화진흥원장상을 수상했다.

나기주 생활문화진흥원장은 “생활문화센터 운영을 더욱 활성화해 지역 내 생활문화거점 공간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주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문화를 즐기고 나눌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앞으로 생활문화센터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널리 알려 생활문화센터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미디어전략부장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