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사토크] 일자리 부족한 이유 모르시나
올해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한 취업 포털 조사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12개사의 올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 계획은 작년 상반기보다 8.8% 줄었다. 아예 공채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전체의 45%나 된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상반기 채용인원은 3만명이 채 안 돼 최근 8년 새 최저 규모라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청년(만 15~29세) 실업률은 9.8%까지 올라갔는데 이대로라면 올해는 10%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체감 실업률은 이미 20%를 웃돈다. 오죽하면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지난달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올 상반기는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고용 확대를 호소하는 지경이다.

일자리 나올 곳 다 막아놓곤 …

그러나 장관 한마디에 고용이 늘어날 리 없다. 사실 시간문제였다. 일자리가 나올 곳을 다 막아버린 결과다. 19대 국회는 대책 없이 정년만 연장해놓고 노동개혁은 거부해 정규직 진입장벽을 다락같이 높였다. 서비스산업발전법, 유통산업 혁신 등도 가로막았다. 20대 국회도 얼마 전 인터넷은행조차 시대착오적인 은산분리로 또 규제해 불구 상태로 만들었다. 이러니 무슨 일자리가 어디서 나오겠나. 게다가 탄핵정국에서 특검은 돈 낸 기업을 탈탈 털어대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라는 다분히 정치적인 직격탄까지 맞았다. 삼성은 신입사원 공채시장에서 바로미터 격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투명한데 간판 기업들이 사업 계획도 못 세우니 채용이 비상일 수밖에 없다.

이런 판에 소위 잠룡들의 대책은 공허하기만 하다. 문재인 후보는 정부 돈 20조~30조원은 족히 들어갈 공공분야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지만 캠프 내부에서부터 잘못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4대강 예산 22조원이면 연봉 2000만원짜리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니 놀랄 것도 없다. 경총 회장이 “정부가 세금을 써서 만드는 일자리가 얼마나 오래가겠느냐”고 지적하는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길지 모른다. 세금으로 청년수당이나 연 100만원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공약도 다를 게 없다.

경제지력이 문제다

기업만이 진짜 일자리를 만든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봉급도 올라가고 세금도 늘어난다. 청년 인재들이 일선에서 뛰어야 가능하다. 청년들이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마는 공무원이 되려 하고, 또 그런 취업을 권유하는 사회라면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금에서 봉급을 주는 공공 일자리를 늘린다면서 정작 세금 내는 기업을 끊임없이 공격한다. 일자리를 만든다며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 어느 새 이 땅에선 시장과 기업을 망치는 악법을 멋대로 만들고 무차별 압수수색으로 기업을 터는 것이 일상화됐다. 재벌을 때려야 일자리가 나온다는 식이다. 광장을 향해 가짜 경제학을 외치는 정치가 확산일로다. 진보든 보수든 거기가 거기다. 일자리를 만드는 철학이 없다. 결국 경제지력의 문제다. 대선 후보 캠프마다 박사들로 북적이지만 소위 공약들은 하나같이 껍데기다. 준비도 없고 지력도 의심스러운 후보들은 다들 대통령이 되겠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뒤의 미래가 안 보인다. 대한민국은 이렇게 속절없이 세계의 변방국으로 전락하는 것인가.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