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소송 업무를 담당하는 송무담당관에 인사혁신처가 1순위로 추천한 삼성 출신 변호사가 아니라 2순위로 추천한 내부 출신 서기관을 임명했다. 대기업들과의 소송이 많기 때문에 송무담당관에 대기업 출신 변호사를 임명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일 개방직인 신임 송무담당관에 김의래 서기관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김 송무담당관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2년부터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 카르텔총괄과 등에서 근무했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송무담당관 1순위 후보로 삼성SDI의 사내변호사를, 2순위로 김 송무담당관을 추천했다.

공정위가 인사혁신처가 2순위로 추천한 후보를 개방직에 임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기업 출신 변호사가 대기업과 소송을 벌여야 하는 송무담당관 자리를 맡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소송 전략 등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작년 12월 공정위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1조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퀄컴이 소송전을 공언한 상황에서, 삼성 출신 변호사의 송무담당관 임명은 자칫 통상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송무담당관은 퀄컴과의 소송전을 주도해야 하는데 퀄컴과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 출신 변호사가 임명되면 자칫 공정위와 삼성이 유착돼 있다는 오해를 줄 수도 있어서다.

정재찬 공정위원장도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사내변호사를 오래 한 사람이 송무담당관을 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며 인사혁신처의 대기업 출신 변호사 추천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