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최순실 태블릿'…장시호가 특검에 제출
또 다른 ‘최순실 태블릿PC’가 등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5일 (최씨 조카) 장시호 씨 변호인으로부터 태블릿PC를 제출받았다”고 10일 밝혔다. 특검은 “JTBC가 입수한 태블릿PC와는 다른 제품으로 변호인은 ‘최씨가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사용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에 따르면 이 태블릿PC에는 최씨의 독일 코레스포츠 설립 내용, 삼성 지원금 수수와 관련한 이메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자료 수정본 등이 들어있다.

보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첫 번째 태블릿PC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제2의 태블릿PC가 나타나면서 논란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자유총연맹과 애국연합 등은 이날 ‘태블릿PC조작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하고 태블릿PC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공동대표를 맡은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태블릿PC가 탄핵 정국의 씨앗이었는데도 의혹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태블릿PC조작진상규명위원회’가 10일 제기한 의혹 중 핵심은 태블릿PC의 실소유주다. 진상규명위 측은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의 태블릿PC가 최순실 씨의 것으로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이 제2의 태블릿PC를 확보함에 따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진상규명위 측이 의혹을 제기한 근거는 우선 첫 번째 태블릿PC에 최씨의 외조카 장모씨의 사진은 있지만 딸인 정유라 씨 사진은 없다는 점이다. 2012년 6월22일 개통한 후 3일 뒤인 25일 사진 몇 장을 찍은 뒤 2년 넘도록 다른 사진은 찍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진상규명위 측은 첫 번째 태블릿PC의 진짜 주인으로 김 전 행정관을 지목하고 JTBC의 방송 화면을 근거로 제시했다. 태블릿PC에 나와 있다는 카카오톡 대화 화면에서 기기 주인의 발언은 오른쪽에 있어야 하는데 최씨의 발언은 왼쪽에 있어서다. 방송 화면에 나온 카카오톡 화면에는 김 전 행정관의 발언이 오른쪽에 있어 김 전 행정관이 실제 사용자라는 주장이다.

최씨 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태블릿PC 관련 최초 보도가 조작 의혹이 있다며 재조사해 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비밀번호는 공용이고 사용자 아이디는 여러 개이기 때문에 여러 파일을 취합해 태블릿PC에 넣고는 최씨의 것이라고 제출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문제의 태블릿PC가 최씨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노승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차장은 지난달 11일 “최씨가 독일에 두 차례 갈 때 태블릿PC를 가지고 갔고 국내에서도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의 제주도 서귀포 빌라 근처에서 사용한 기록이 있다”며 “각종 사진도 있고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보냈습니다’라고 보낸 문자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사용한 게 맞고 여기에 대해서는 맞다 틀리다 말이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가 “태블릿PC를 쓸 줄 모른다”고 했는데 제2의 태블릿이 등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씨 소유의 태블릿PC가 새롭게 발견되면서 ‘쓸 줄 모른다’는 최씨의 주장이 또다시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최씨 조카 장씨의 변호인으로부터 태블릿PC 한 대를 임의제출받아 압수조치했다”며 “최씨 소유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검찰에서 확보한 태블릿PC의 입수 경위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특검에서 입수한 것은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증거 능력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씨 측 이 변호사는 “최씨는 ‘장시호가 제출했다는 태블릿PC도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와 마찬가지로 아는 바 없고 사용한 일도 없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앞서 JTBC가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 안에서 대통령 연설문, 외교·안보 자료 등 대외비 문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해 태블릿PC는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증거물로 떠올랐다. 검찰은 JTBC로부터 이를 임의제출받아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 등을 벌인 끝에 최씨의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최씨는 일관되게 “태블릿PC를 사용할 줄 모른다”며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