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12년 만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재가입했다. 민주노총을 등에 업고 강경 투쟁에 나설 경우 현대중공업이 계획하고 있는 분사 작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조합원 1만4440명을 대상으로 산별노조(금속노조) 전환을 위한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76.3%가 찬성해 가입안이 가결됐다. 가결 요건은 ‘조합원 과반 이상 투표,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조합원의 80.9%가 투표에 참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04년 하도급 근로자 사망사건 이후 금속노조와 갈등을 빚은 끝에 금속노조에서 제명됐다. 이번에 12년 만에 재가입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이 70만명에 달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지부(지회)로서 금속노조와 연대 투쟁이 가능해졌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이 추진하는 분사·지주사 전환에 반대해 파업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3000여명을 희망퇴직 등으로 감축했고 지난달 이사회에서 회사를 6개로 쪼개는 방안을 의결했다. 내년 3월까지 이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분사를 통해 차입금이 분산되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사업별 경쟁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현대중공업 측은 설명했다. 반면 노조 측은 이번 분사가 “조합원의 힘을 무력화하고 임금을 낮추며 인력 감축을 쉽게 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으로 경영 정상화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58억달러로 낮췄지만 실제 수주액은 46억달러에 그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수주절벽이 예상돼 조선사들은 대규모 설비 감축이 필요하다”며 “노사 갈등이 커질 경우 회생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