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구자가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를 배경으로 2015년 9월14일 검출된 첫 중력파 파형을 그린 그래프를 들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한 연구자가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를 배경으로 2015년 9월14일 검출된 첫 중력파 파형을 그린 그래프를 들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언한 중력파를 검출한 연구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연구성과’ 중 첫 번째로 꼽혔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바둑고수 이세돌 9단 간 세기의 대결도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사이언스는 22일 중력파 검출, AI와 인간의 바둑 대결을 포함해 올해 주목할 만한 10대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중력파는 연못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일 듯 질량을 가진 물체가 힘을 받아 가속도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파동이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처음 그 존재를 예측했지만 100년 가까이 검출되지 않았다. 중력파는 평소 사람이 뛰어다닐 때도 발생하지만 파장이 수소핵 지름의 1만분의 1 수준에 머물 정도로 작아 검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킵 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명예교수 등이 이끄는 고급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LIGO) 연구단은 지난 2월 태양 질량의 각각 36배, 29배인 블랙홀이 지구에서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해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온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단엔 이형목 서울대 교수와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등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에 소속된 한국인 과학자 14명도 포함됐다. 사이언스 측은 “중력파를 이용해 질량이 큰 별의 생성과 진화, 우주 초기 천체의 특성 등을 이해하는 새로운 천문학의 시작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3월 세계랭킹 2위인 이 9단과 겨룬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프로그램 알파고도 올해 연구성과로 뽑혔다. 알파고는 그간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인간의 영역으로 불리던 바둑 대결에서 날카로운 수읽기와 전략으로 4승을 거뒀다. 사이언스는 이 대국을 AI의 가능성을 확인한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제2의 지구를 찾는 과학자들의 도전도 10대 연구성과에 올랐다. 영국 퀸메리대 연구진은 지구에서 40조㎞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 주위를 11.2일에 한 바퀴씩 도는 프록시마b라는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 질량과 구성이 지구와 매우 비슷한 데다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