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지난해 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지난해 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오 벗들이여, 이 소리가 아니오. 대신 더 즐겁고 기쁨에 찬 노래를 부릅시다. 기쁨!”

어둠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환희의 길이 펼쳐진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서다. 베토벤이 30여년에 걸쳐 만든 ‘합창’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교향곡 최초로 사람의 목소리가 더해져 낭만주의의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1824년 5월 오스트리아 빈 케른트너토어에서 이 곡이 초연됐을 때 베토벤은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관객의 박수 소리도 그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절망 대신 자유와 화합, 인류애가 무대를 가득 채우며 그는 ‘악성(樂聖)’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연말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합창 교향곡이 잇달아 울려퍼진다.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부천필하모닉이 각각 위로와 화합을 위해 마련하는 송년음악회에서다. 합창 교향곡은 대규모 편성과 합창단, 수준급 독창자를 필요로 하는 대곡이다. 평소 자주 연주되진 않지만 환희와 인류애의 메시지를 담은 곡인 만큼 연말 무대엔 빠짐없이 오른다.

이 곡의 백미는 합창이 등장하는 마지막 4악장 ‘환희의 송가’다. 교향곡에 성악을 접목한 것은 당시로선 혁신적인 시도였다. 희미하게 등장하는 저음의 환희는 곧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로 확산된다. 여기에 네 명의 독창자와 합창단의 목소리가 더해져 절정에 이른다.

대곡인 만큼 지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는 28~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공연에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지낸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봉을 잡는다. 독창자로 나서는 소프라노 캐슬린 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김석철, 베이스 김지훈과 국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이 함께 ‘환희의 송가’를 부른다.

29일 천안 예술의전당,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KBS교향악단의 공연은 상임지휘자인 요엘 레비가 이끈다. 이번 무대에는 소프라노 강혜정,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이명현, 바리톤 손혜수, 서울·고양·부천시립합창단이 함께한다.

21일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울려 퍼지는 부천필의 합창 교향곡은 박영민 상임지휘자가 지휘한다. 소프라노 강혜정,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진성원, 베이스 전승현과 부천시립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선다.

매년 반복되는 레퍼토리지만 관객의 반응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시향의 이번 공연은 올 상반기에 매진됐다. 어수선한 시국으로 인해 지친 마음을 달래려는 수요도 늘었다. 관람권을 구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서울시향은 28일 공연을 네이버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