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화백의 ‘호박꽃’
이중섭 화백의 ‘호박꽃’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국제 미술시장의 성장 둔화와 이우환·천경자 위작 논란에도 부유층의 여윳돈이 미술 경매시장으로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이 지난 27일, 28일 잇달아 연 가을 경매에는 김환기 천경자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고가에 팔리면서 215억원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지난 6월 여름 메이저 경매(150억원)보다 30%가량 늘어났다.

서울옥션은 국내외 근·현대미술 대가들의 출품작 181점 중 140점을 팔아 낙찰률 77%(낙찰총액 93억원), K옥션은 202점 중 154점을 팔아 낙찰률 76.2%(낙찰총액 122억원)를 기록했다.

김환기를 비롯해 이중섭 박수근 유영국 도상봉 장욱진 등 한국 근대 거장의 작품이 고가에 낙찰되며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이중섭 작품 ‘호박꽃’은 13억5000만원에 팔려 이번 가을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김환기의 추상화 ‘새벽(Dawn) #3’은 13억원에 낙찰됐고, 2007년 2억원에 낙찰된 그의 점화 ‘15-Ⅶ-70 #181’은 세 배 가까이 치솟으며 6억3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단색화 열풍도 시장을 달궜다. 박서보의 대작 ‘묘법 №1~81’은 시작가를 훨씬 웃도는 11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위작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이우환의 작품 ‘선으로부터, №77024’는 4억2000만원에 낙찰되며 인기를 과시했다.

희귀한 고미술 작품에도 매기가 몰렸다. 안중근의 왼손 장인(손도장)이 찍힌 ‘행서족자’는 41차례의 응찰 경합 끝에 전화응찰자에게 7억3000만원에 팔려 안중근 글씨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겸재 정선의 ‘고사인물도’도 시작가의 두 배를 웃도는 7500만원, 단원 김홍도의 ‘서호방학도’는 추정가의 다섯 배가 넘는 5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미술품과 골동품 같은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부 작가의 그림 가격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