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중산층 재테크] 전세보증금 굴려 연 3% 안팎 수익률 내주는 펀드상품 나온다
무주택 전세 임차인이 월세 또는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전환할 때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을 맡기면 연 3% 안팎의 수익률을 내주는 펀드 상품이 내년에 나온다. 주택 임대료가 오르고 전세의 월세 전환이 늘어남에 따라 무주택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당국이 조성하는 ‘월세입자 투자풀’이다.

월세 세입자가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을 한데 모아 투자풀을 조성한 뒤 뉴 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등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3개월마다 배당으로 돌려주는 구조다. 금융위원회는 서민·중산층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 맞게 가입 자격을 무주택 월세·반전세 임차인으로 한정했다. 9억원이 넘는 주택 임차인이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가입할 수 없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잠재 가입자는 약 38만5000명(금액 기준 9조5000억원)으로 금융위는 추정했다.

가입 한도는 1인당 최대 2억원으로 설정했다. 또 최소 가입 기간을 4년으로 정하고, 4년 이상 장기 가입 예정자에게 우선 가입 자격을 주기로 했다. 8년 이상 가입 예정자는 1순위, 6년 이상은 2순위, 4년 이상은 3순위다. 금융위는 내년 1분기부터 연 1~2회 주기로 4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관심은 수익률이다. 금융위는 투자풀의 목표 수익률을 ‘3년 만기 은행 예금금리+1%포인트 이상’으로 잡았다. 3년 만기 은행 예금 평균금리가 연 1.5%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연 2.5% 이상의 수익을 내주겠다는 의미다. 세제 혜택도 주기로 했다. 배당수익에 대해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투자액 5000만원까지는 5.5%로, 5000만~2억원은 15.4%로 분리과세한다. 합산과세했을 때보다 그만큼 세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 상품은 확정금리형이 아니라 실적배당형이다. 가입 시점에 확정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원금도 보장되지 않는다. 다만 정부는 투자풀 운영을 맡을 한국증권금융이 투자풀의 최대 5%까지 자금을 넣도록 할 계획이다. 투자금의 5% 손실까지는 한국증권금융이 책임지도록 한다는 얘기다. 5% 넘는 손실이 날 때는 주택금융공사 등의 보증을 통해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런 조건을 반영해 계산하면 이 상품의 수익률은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가량에 달할 전망이다. 연 1.5% 금리의 은행 예금에 2억원을 넣으면 이자소득세(15.4%)를 떼고 연 254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이 상품은 수익률을 연 3%로 가정할 때 연간 600만원의 배당수익을 올리고, 일반 분리과세 혜택을 받아 세금을 떼고도 567만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약정 기간에 중도 해지하면 운용수익 중 일부만 받는다. 일종의 중도환매 수수료를 내야 한다. 2년 이내 환매하면 해당 기간 운용수익의 50%, 4년 내 환매하면 운용수익의 30%를 차감한 뒤 나머지를 받는다. 주택 구입, 사망, 장기요양 등 불가피한 경우엔 운용수익 전액을 차감 없이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일정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뉴 스테이를 선별해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대상인 뉴 스테이 완공이 늦어질 때는 투자풀 운용사가 건설사에 자금을 빌려주고 그 대출 이자로 수익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펀드 운용보수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무주택 서민·중산층 가운데 상당수가 월세 전환 후 전세보증금을 받더라도 대출 상환에 쓰는 게 보통인데 장기간 펀드에 투자할 여유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소 가입 기간(4년)이 너무 긴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임대차 계약이 대부분 2년 단위인데 4년간 목돈을 넣어둘 수 있는 서민층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얘기다. 중도 환매에 따른 수익 차감 비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