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갈아입는 LG…전자업계 '블랙 전쟁'
LG전자가 요즘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의 냉장고 TV 광고(사진)에선 어둠 속에서 발레리나가 춤추는 가운데 냉장고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어 검은 바탕에 흰 글자로 시그니처의 영문 브랜드가 떠오르면서 끝을 맺는다. LG그룹의 전통적 기업색인 빨간색은 등장하지 않는다.

LG전자 관계자는 “브랜드의 프리미엄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의 LG전자 브랜드 컬러와는 다른 색을 사용하고 있다”며 “LG전자의 기업이미지(CI)는 붉은색과 회색으로 구성돼 있지만 시그니처는 검은색과 흰색”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들어 전통적인 파란색 대신 검은색 CI 사용을 늘리고 있다. 스마트폰 갤럭시S7의 로고와 포장재, 광고 등에 검은색을 주로 쓰는가 하면 국제 스포츠 대회 광고판에도 검정 바탕에 흰색 로고를 등장시켰다.

전자업계에서 검은색을 CI에 가장 먼저 적용한 곳은 소니다. 1957년부터 흰색과 검은색을 사용해 회사 이름을 적고 있다. 검은색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명품업계다. 검정 바탕에 흰색으로 ‘C’자를 교차시키는 샤넬이 대표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인에게 조금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것과 달리 서구에서 검은색은 명품 등 고급 제품을 의미한다”며 “두 회사가 제품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색채 브랜드에서도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 교수는 “기존 세대에 비해 학력 수준이 높은 Y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자) 등이 주류 소비자가 되면서 더 단순하고 명료한 느낌의 CI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