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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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기자 ]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책) 지지부진하면 아무래도 판촉전략을 새로 짜야 되겠지요"

완성차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총 11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여야간 '정치싸움'으로 한 달 가까이 국회 표류하면서다. 개별소비세 인하 후속책으로 하반기 시행 예정이던 노후차 지원책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24일 기자와 통화한 완성차 회사 관계자는 "더 늦어지면 지난 7월부터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책에 맞춰 준비해 온 판촉 프로모션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연말까지 업체 간 경쟁이 더 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후차 지원책은 2006년 12월 이전 등록한 디젤 차량을 폐차하고 신차를 구매하면 승용차는 개소세의 70%(100만원 한도)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상반기 내수 진작책으로 활용된 개소세 할인 혜택의 연장방안이다. 그런데 만일 내달 2일 국회 본예산 전에 추경안 처리가 안되면 헌정 사상 초유의 폐기 사태 가능성도 점쳐진다.

애초 여야가 합의했던 추경안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불발된 것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의 증인 출석(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문제 때문이다.

여당은 추경안 지연을 놓고 "야당 내 특정 강경세력(더민주 친노세력)이 여야 협상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당은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지원이 다수 포함된 추경안의 통과까지는 정부가 작년 말 대우조선해양에 공적 자금을 쏟아부인 경위를 청문회에서 따지는 게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다.

정치권 논쟁에 국내 자동차 산업이 휘둘리는 모양새다. 추경안이 뒤늦게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노후차 지원책은 10월은 돼야 시행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8월은 자동차 시장에서 전통적인 비수기다. 완성차 업계의 여름 휴가로 공장가동이 한 주 쉰 데다, 휴가 이전에 신차 수요가 몰려 8월은 차가 안팔리는 계절이다. 여기에 현대·기아차, 한국GM 등 완성차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달 큰 폭의 내수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노조가 추석 연휴 전까지 파업을 끌고 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업이 길어지면 인기 차종의 출고 지연 등으로 성수기로 접어드는 9월에도 판매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하반기 내수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노후차 지원책의 입법이 미뤄지면서 소비 절벽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소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면 차를 바꾸겠다고 구매 시기를 늦추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차라리 애초 노후차 지원책은 안나오는 게 나을 뻔 했다. 괜한 소비심리만 높여놓은 꼴이다. 정부 정책이 지금과 같이 '올스톱'된 상황이면 시장 혼선만 가중시킨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