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칼럼] 대학은 더 이상 청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이 백지화됐는데도 이화여대 학생들은 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동국대와 창원대 등으로 파장이 번지는 모습이다. 집단행동 때문에 올바른 정책에 흠집이 난 나쁜 선례다. 함께 선정된 다른 대학들의 자긍심도 상처를 입게 됐다.

무엇보다 논쟁이 본질을 벗어나 곁가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일정이 촉박했고, 학내 공감대 형성과 교육과정 준비가 허술했다는 비판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러나 평생교육단과대학이 ‘학위 장사’라는 비난은 지나치다. 만연한 학벌주의, ‘묻지 마’ 진학과 학력 인플레가 대학만의 책임은 아니다. 냉정히 말해 상당수 학부모와 학생들도 대학 서열화를 의식한 학위 거래의 당사자가 아닌가. 선발 과정의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단발성 수능 성적의 기득권에 집착한 계급의식의 발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70.8%로 뉴질랜드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1990년 32.5%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반면에 평생교육 투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동시장 훈련비 지출 비중은 0.07%에 불과해 최상위권인 핀란드나 덴마크의 0.5% 수준에 한참 모자란다. 성인 역량과 노동생산성이 OECD 하위권을 맴돌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많은 학생이 자질이나 적성보다 사설 학원의 ‘수능성적 배치표’에 따라 대학과 전공을 선택한다. 그러다 보니 입학하고도 재수하는 ‘반수(半修)’나 편입시험에 매달리는 학생이 허다하다.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은 필수고, 어학연수를 비롯한 스펙 쌓기로 인해 4년 만에 졸업하는 대학생을 찾아보기 어렵다. 남학생의 군 복무기간을 차치해도 우리 청년들의 첫 취업과 혼인 시기가 OECD 평균보다 훨씬 늦춰진 주된 이유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은 이런 문제들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맞춤형 평생교육 기회가 갖춰지면 고졸 선취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급변하는 산업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도 있다. 그동안 방송통신대학, 원격대학, 개방대학 등의 발전에 힘입어 평생교육 기반이 크게 확대되기는 했다. 하지만 다양한 평생학습 수요를 충족하기엔 교육체계와 과정이 여전히 미진하다. 이미 도입된 ‘재직자 특별전형’은 학령기 중심 교육과정이므로 성인으로선 눈높이의 괴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외국 저명 대학들은 오래전부터 평생교육에 힘써왔다. 미국 시카고대 등은 평생교육을 전담하는 학사단위 조직까지 두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에는 정규과정 학생보다 평생교육생 숫자가 월등히 많다. 이들은 학위과정, 전문자격과정, 비학위과정, 학점 인정제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최근 하버드대, 영국 옥스퍼드대 등은 ‘대중개방형 온라인 수업(MOOC)’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MOOC 때문에 15년쯤 지나면 미국 대학 절반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와 있다.

대학은 더 이상 청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담준론(高談峻論)을 고집하는 상아탑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 대학들이 지금처럼 학령기 중심 교육과정에 안주해 실속 없는 학위만 남발하다간 조만간 ‘공공의 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뒤처진 성인 역량을 끌어올리려면 100세 시대에 걸맞은 평생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학령기 과정을 본업으로, 평생교육과정을 부업으로 여기는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

박재완 < 성균관대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