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국가기간산업까지 눈독을 들이는 중국의 거침없는 인수합병(M&A) 움직임에 각국 정부가 제동을 걸고 있다. ‘차이나머니’ 유입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데다 에너지·식량 등 안보 문제까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주 동안에만 중국 기업이 관여한 투자 두 건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안보 위협"…영국·호주, 중국 투자 잇따라 '퇴짜'
◆“차이나머니는 싫어”

차이나머니 공습에 가장 민감한 것은 에너지 분야다. 호주 정부는 11일(현지시간) 자국 전력유통업체 오스그리드 인수전에 나선 중국 국영 중국국가전력망공사(SGCC)와 홍콩 청쿵그룹에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스콧 모리슨 호주 재무장관은 이날 연 기자회견에서 “오스그리드는 호주 기업과 정부에 중요한 전력,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오스그리드를 중국에 장기 임대하는 건 국가 안보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스그리드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에 있는 160만채의 주택과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다. 오스그리드는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채무를 갚기 위해 지분의 50.4%를 99년간 장기임대하는 입찰을 추진했다. 입찰 금액만 100억호주달러(약 8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호주 기업은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고, SGCC와 청쿵그룹이 유력한 인수자로 떠올랐다.

호주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국이 핵심 인프라를 위협할 수 있다는 청원을 제기하자 호주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모리슨 장관은 11일 인수의사를 밝힌 SGCC, 청쿵그룹에 호주 정치권 등의 우려에 대해 1주일 이내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인수에 제동을 걸기 위한 명분 쌓기용 절차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정부도 중국 국영 중국광핵그룹(CGN)이 참가한 ‘힝클리포인트 C’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계약 체결을 연기한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정책 고문인 닉 티머시는 영국의 안보 문제가 우려된다며 이 프로젝트를 반대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이 자국 안보에 위협을 줄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각국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브라질 등 인프라 싹쓸이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의 글로벌 M&A 규모는 1570억달러(약 172조4800억원)에 이른다. 지난 한 해 기록인 109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중국의 M&A 분야는 대부분 에너지, 식량 등 인프라다. 2013년에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캐나다 넥센에너지를, 2009년에는 중국 시노펙이 스위스 석유화학기업 아닥스페트롤리엄을 인수하기도 했다. SGCC는 브라질 에너지기업 CPFL에너지아의 18억달러 규모 지분도 인수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투자가 최근 집중되는 곳은 호주다. 중국 랜드브리지그룹은 지난해 호주 다윈항을 99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항구가 상업·군사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안보 문제가 제기됐지만 당시 호주 정부는 계약을 허가했다. 허가 직후 이 기업이 중국군과 긴밀하게 연계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안보 우려에 다시 불을 붙였다.

지난 5월에는 중국 부동산회사 펑신그룹이 호주 전체 영토의 1%에 이르는 최대 농장 ‘S 키드먼’을 인수하려다 무산됐다. 호주 정부가 “국가이익에 반하지 않는지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호주가 최근 자국 인프라에 대한 해외투자자 조사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중국의 공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호주 정부가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 유지와 중국의 호주 투자 우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