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하반기에 17조원 이상을 설비증설 등에 투자한다는 보도다. 반기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연간으로도 26조원 이상에 달해 지난해 투자액인 25조5200억원을 웃도는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용 OLED 패널 등에 투자를 집중해 경쟁자들이 따라오지 못할 ‘초(超)격차’ 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투자가 반가운 것은 한국 기업들이 다시 ‘야성적 충동’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소비자 가전부문에서 7년 만에 영업익 1조원을 넘겼고, 스마트폰 부문에서 2년 만에 영업익 4조원을 달성하는 등 9분기 만에 영업익 8조원을 돌파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최적 시점에서 과감하게 투자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고, 다시 한 번 투자 확대로 그런 선순환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국내 대표기업의 투자 확대는 여전히 국내외 경기와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썰렁한 상황이어서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액은 전년 같은 달보다 2.7% 감소했다. 18개월 연속 감소세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제조업의 업황 BSI는 72로 석 달 만에 오름세를 보이긴 했지만 100 이하여서 경기 회복을 기대 못 하는 기업인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투자가 없으면 이런 경기침체는 벗어날 길이 없다.

기업의 투자는 정공법으로 위기를 넘겠다는 뜻이다. 제조업체들이 투자 확대로 경기침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반가울 뿐이다. ‘김영란법’ 등으로 국민 전부를 옭아매는 규제가 난무하는 정치 과잉 속에서 그래도 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