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이광희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유기태양전지 상용화 5대 기술 개발…창문·옷으로 전기생산 시대 온다"
“태양광을 활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창문(BIPV), 솔라 텐트, 의류 등 다양한 곳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연한 투명전극을 활용해 스마트 윈도,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 차세대 전자제품의 필수부품도 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모든 것이 ‘유기태양전지’ 상용화에 한걸음 다가갈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이광희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부 교수(56)의 설명이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강홍규 신소재공학박사, 김희주 물리학박사 등 20명)은 최근 유기태양전지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5대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그중 하나는 단순화된 공정을 통해 10.8%의 고효율 적층형 유기태양전지를 개발한 것이다.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소자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 결과를 재료과학 분야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기술사업화전문가단(단장 김선일 한양대 교수)의 지원을 받아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 중인 이 교수를 서울 양재동 기술사업화전문가단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이 교수는 서울대 원자력공학과와 KAIST를 거쳐 미국 UC샌타바버라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땄다. 부산대 교수를 거쳐 GIST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광희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유기태양전지 5대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이 전지를 수년 내 실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기자
이광희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유기태양전지 5대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이 전지를 수년 내 실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기자
▷유기태양전지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태양의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태양전지는 그동안 실리콘이나 무기화합물 반도체를 주원료로 사용해왔습니다. 이들은 제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비쌉니다. 재료 자체가 무거워 휴대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었지요. 유기태양전지는 유기물 기반의 태양전지입니다. 가볍고 유연한 유기물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잉크 형태로 인쇄 공정이 가능해 신문을 찍어내듯 연속 생산할 수 있습니다. 제작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유기태양전지는 사물인터넷 및 유비쿼터스 시대에 걸맞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과정은 어땠습니까.

“상용화에서 가장 중요한 게 소자 성능입니다. 우리 연구팀은 2007년 단일구조 태양전지를 두 층으로 쌓은 적층형 태양전지를 개발해 세계 최고 수준인 6.5%의 효율을 달성했습니다. 이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단일구조의 유기태양전지에서도 6.2%의 에너지 전환효율을 달성해 국제적 태양전지 검증기관인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로부터 효율성을 검증받았습니다. 이 결과를 2009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게재했습니다. 최근까지 유기태양전지는 새로운 광활성 물질과 소자제작 기술의 개발로 단위셀에서 12%에 가까운 에너지 전환효율을 보고했지만 인쇄공정을 적용한 대면적 소자에 이를 적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요.”

▷이번에 개발한 ‘5대 핵심기술’은 어떤 내용인가요.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5대 핵심 기술은 실질적인 유기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위한 것입니다. △태양광으로부터 효과적인 전기에너지 생성을 위한 높은 소자 효율 △유기태양전지가 사용되는 외부 환경에서의 소자 안정성 △광전자소자의 핵심 소재이며 기계적 유연성이 뛰어난 ‘투명유연전극’ △기존의 복잡한 패턴공정을 생략하고 간단한 인쇄 공정만으로 대면적 유기태양전지를 제작할 수 있는 모듈디자인 △유기태양전지의 제작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인쇄기술 개발입니다. 이 5대 핵심 기술에 대한 내용은 2016년 재료과학 분야에서 피인용 지수 5위를 차지하는 저명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지에 게재됐습니다.”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었습니까.

“유기물은 일반적으로 공기 중 산소나 빛에 의해 쉽게 산화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유기태양전지의 짧은 소자 수명을 극복하기 위해 산소와 수분의 침투를 막는 ‘봉지막(encapsulation film)’으로 유기태양전지를 감싸는 봉지기술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유기물 기반 소자의 낮은 안정성이 공기와의 접촉에 의해 나타나는 점에 착안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산소와 수분을 차단할 수 있는 금속산화물의 일종인 티타늄산화물(TiOx)을 개발했습니다. 이 신규 물질은 잉크처럼 프린팅할 수 있고 후처리공정 없이 차단막 필름을 형성해 외부로부터 소자를 보호합니다. 기존 봉지기술 패키징에 비해 경제성이 뛰어납니다.”

▷유기태양전지의 장점 중 하나는 유연성인 것으로 압니다.

“맞습니다. 유연성을 극대화하려면 태양전지 내 모든 부품도 유연해야 합니다. 그중 가장 취약한 게 투명전극입니다. 현재 쓰이는 투명전극 소재인 인듐주석산화물(ITO)은 우수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휘어졌을 때 쉽게 깨집니다. 우리 연구팀은 2006년 세계 최초로 전기가 통하는 순수한 금속 특성을 보이는 플라스틱을 개발해 ‘네이처’에 보고했습니다. 2012년에는 물리학 분야의 저명한 저널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전도성 고분자의 전기 전도메커니즘’을 규명해 게재했습니다. 이후 ITO에 버금가는 ‘고분자 기반의 유연투명전극’을 개발했습니다. 최근에는 투명하면서 높은 전기전도도를 보이는 ‘초박막 금속전극’도 개발했고요. 이 투명전극은 종이처럼 구기거나 10만회 이상 구부려도 성능이 그대로 유지돼 투명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앞당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유연한 투명전극은 스마트 윈도,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 차세대 전자제품의 필수부품으로서 이를 이용한 활용과 전자기기의 혁신이 기대됩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인쇄기술도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유기태양전지의 실질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유기태양전지의 장점 중 하나인 용액공정을 기반으로 대면적 유기태양전지를 구현할 수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합니다. 인쇄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해 슬롯 다이, 전기방사 스프레이, 닥터블레이드 등의 인쇄장비를 도입하고 해외 유수 학회지에 관련 결과를 보고해 산업적으로 가치가 큰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유기태양전지를 어떤 용도로 씁니까.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플라스틱과 같은 유기물을 주원료로 이용하는 유기태양전지는 가볍고 유연해 휴대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격경쟁력도 있어 차세대 저가형 신재생 에너지원으로서 웨어러블 전자기기와 사물인터넷의 장비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군사작전 시 이용되는 군사물품의 에너지원과 태양전지를 건축물 외벽에 외장재로 사용하는 건물일체형 에너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유기태양전지 상용화 시기는 언제쯤으로 봅니까.

“유기태양전지는 연구개발 중인 분야로,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여부가 논의되는 단계입니다. 우리 팀에서 이뤄낸 유기태양전지 상용화 기술 확보를 통해 수년 내에 실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산업창조프로젝트 사업 및 기후변화 대응기술 개발사업 과제 등의 정부자금 지원 아래 유기태양전지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산업적 기대효과는 어느 정도인지요.

“학문적으로 오랜 기간 연구됐지만 아직 시장에 나오지 못한 유기태양전지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낮은 효율과 안정성, 모듈 제작 및 인쇄 공정 기술 개발의 부족을 해결함으로 유기태양전지 산업화 전망을 밝게 했습니다. 유기태양전지 개발과정에서 얻은 소재 및 제작 기술을 토대로 차세대 전자제품인 구부러지는 스마트폰과 유기발광다이오드 기반의 면광원과 같은 유기전자기기에 폭넓게 응용돼 인쇄전자 분야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유연한 투명전극은 차세대 플렉시블 전자제품의 필수 부품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연구실은 유기태양전지 이 외에 플렉시블 투명 열 필름, 스마트 윈도, 조명 등 투명전극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화 전략을 세우고 김선일 한양대 교수가 단장을 맡은 기술사업화전문가단의 지원을 받아 산업계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맞춤형 투명전극’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유기태양전지 기술 개발에 참여한 광주과학기술원 연구팀. 왼쪽부터 장혜원 연구원, 김석 연구원, 이광희 교수, 김선일 미래창조과학부 기술사업화전문가단장, 정소영 연구원.
유기태양전지 기술 개발에 참여한 광주과학기술원 연구팀. 왼쪽부터 장혜원 연구원, 김석 연구원, 이광희 교수, 김선일 미래창조과학부 기술사업화전문가단장, 정소영 연구원.
이광희 교수는

△1960년 충북 충주 출생
△1983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
△1985년 KAIST 물리학 석사
△1985~1990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1995년 UC샌타바버라 물리학 박사
△1995~1997년 UC샌타바버라 박사 후 연구원
△1997~2006년 부산대 물리학과 조교수 및 부교수
△2006년~ 현재 광주과학기술원신소재공학부 교수
△2007년~ 현재 GIST 히거신소재연구센터 부센터장
△2012~2015년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장
△2015년~ 현재 GIST-ICL 국제공동연구 R&D센터장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