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경기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조원이 넘는 ‘슈퍼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재정 지출 효과가 떨어지고 국가 부채만 늘어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악영향을 차단하는 용도로만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커지는 '슈퍼 추경론'…"최대 26조 필요"
“최대 26조원 편성해야”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브렉시트의 불확실성 차단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2016년 추경 편성 방향 제언’ 보고서를 통해 최대 26조6000억원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브렉시트 현실화로 증폭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추경 편성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저성장 구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올 하반기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국내 경기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추경 편성이 시급한 이유로 꼽았다.

홍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 최소 11조5000억원, 최대 26조6000억원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올 하반기에 정부가 집행할 수 있는 지출액은 113조원으로 추산했다. 이 규모는 최근 2년간 하반기의 연평균 집행 규모(124조5000억원)보다 11조5000억원 적다. 적어도 최근 2년 평균만큼 지출하려면 최소 11조5000억원을 하반기에 보태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보다 더 적극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최대 26조6000억원이 필요다고 추산했다. 올 한 해 동안 재정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5 대 5의 동일한 비율로 투입해야 한다는 가정 아래 상반기에 당겨쓴 예산분(26조6000억원)만큼을 하반기에도 추가로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연구위원은 “최근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인하된 만큼 시기적으로도 추경이 적절하다”며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고용 재난 지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내수 경기가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대규모 추경 요구

정치권에서도 대규모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일자리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에 ‘상당한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며 “정부도 올해 추경을 포함한 적극적인 확장 재정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 확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 경영대학원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재정운영 효율성 점수는 올해 3.6점으로 61개 조사국 중 38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 회장은 “재정승수(지출 대비 경기 부양 효과)가 예년 같지 않아 당장 지출을 늘려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 편성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도 우려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국가 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7.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5.2%)보다 낮다.

하지만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2010년 31%에서 37.9%로 6.9%포인트 증가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추경 편성 여부를 28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