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 그는 “관객들이 눈을 떼지 못하도록 재미있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 그는 “관객들이 눈을 떼지 못하도록 재미있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나홍진 감독(42)의 영화 ‘곡성’이 지난 11일 개봉한 뒤 흥행 1위를 질주하며 25일까지 490만명을 넘어섰다. ‘곡성’은 시골 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난 뒤 의문의 연쇄 살인과 괴이한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혼란과 공포에 빠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기존 흥행작과 달리 유머와 감동도 없고, 의문을 남기는 결말 때문에 나 감독과 영화에는 찬사와 함께 비난이 쏟아졌다.

나 감독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텔링이 흥행 비결”이라고 말했다. ‘추격자’(2008년)로 충무로에 스릴러 붐을 몰고 왔던 그가 8년 만에 다시 화제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나 감독을 만났다.

“영화에 쏟은 정성을 보고 관객들이 동정심으로 봐주는 것 아닐까요, 하하. 정성이 가장 큰 흥행 요인일 겁니다.”

3년간 시나리오를 썼다는 그는 2014년 9월 촬영에 들어가 1년8개월 만에 완성했다. 제작 기간이 웬만한 상업영화의 두 배 이상 걸렸다. 극의 흐름상 자연 풍광을 사실적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비 오는 장면을 찍기 위해 물차를 쓰지 않고 비가 올 때까지 기다려 촬영했다. “시사회 반응을 보니 흥행에 성공할 것 같았습니다. 얼마 전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상영했을 때 외국인도 한국 관객과 비슷하게 반응하더군요. 그들은 불편하면 조용히 나가는데, 등받이에서 몸을 뗀 채 끝까지 집중해 보는 겁니다. 제 영화엔 웃거나 우는 식의 포인트가 없습니다. 몰입하느냐, 안 하느냐로 판가름납니다.”

관객은 다양한 해석을 쏟아냈다. 연쇄 살인과 괴이한 사건을 추적하다 보니 천사와 악마의 존재가 모호한 모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누가 악마인지 혹은 천사인지 한참 고민해야 어렴풋이 짐작이 된다.

“두 시간 반 만에 신(神)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줄 수는 없습니다. 관객의 해석은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있어요. 하지만 뜨거운 논쟁을 접하면서 이 영화는 관객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완성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 말도 수많은 댓글 중 하나일 뿐입니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텔링,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야말로 흥행 요인일 것입니다.”

그는 무엇보다 관객이 시종 눈을 떼지 못하도록 재미있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이야기가 난해한 만큼 무조건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재미의 기준도 달라요. 모두에게 재미를 주려면 원석을 지나치게 가공하면 안 될 것으로 봤습니다. 에지가 사라지니까요.”

그는 왜 하필 전남 곡성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택했을까.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에 어울리는 곳이었어요. 곡성에 가보니 한국적인 신의 존재가 느껴지더군요. 평지 마을 너머로 산과 하늘이 펼쳐져 있어서 인간과 자연을 한 화면에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었어요. 존재를 알 수 없는 신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도 포착할 수 있었고요. 그게 독약이기도 했죠. 자연의 풍광을 그대로 살리려 힘들게 촬영했으니까요.”

그는 불가항력적인 불행을 겪은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불행이 왜 하필 그에게 닥쳤는지, 때로는 현실의 범주 바깥에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인간이니까 불행을 겪을 수 있는 거죠. 주인공이 영화 내내 최선을 다해 가정을 지키려고 하지만 허사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 영역 밖의 문제니까, 남은 가족은 기운을 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