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거품 낀 중국 경제, 그 중심엔 '정부 만능주의'
2014년 9월, 중국의 부동산 분양센터 몇 곳이 사람들의 난동에 의해 파괴됐다. 이들은 분양센터에서 아파트를 사자마자 개발업체가 매매가격을 10~30%나 내리겠다고 결정해 난동을 일으켰다. 개발업체가 집을 비싸게 판 것은 부당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 판매 담당자를 인질로 잡고 손실 보상을 요구하는 극단적 상황도 벌어졌다. 결국 시위 확산을 우려한 지방정부가 개입해 개발업체가 양보하는 선에서 분쟁이 해결됐다.

이런 식의 해결이 반복되자 이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만연해졌다.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택을 사면 손해 볼 일이 없다는 믿음이 확고해졌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줄 테니 말이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주닝 상하이교통대 고급금융학원 부원장 겸 금융학 교수는 《예고된 버블》에서 중국 경제의 과거 기적과 오늘날의 생산과잉 문제가 정부의 ‘암묵적 보증’ 위에 이뤄졌다고 지적한다. 주 교수는 이 책에서 중국 정부가 외부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중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다. 정부의 암묵적 보증으로 디폴트, 파산, 채무 재조정 등 정상적인 시장 도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경제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중국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림자 금융’ 문제부터 살펴본다. 그림자 금융이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은행처럼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거래와 금융회사를 말한다. 소규모 신탁회사, 대출회사, 자산관리회사 등은 신용도가 낮아서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차입자에게 돈을 빌려준다.

그림자 금융 회사들은 국유 은행들의 지원 속에 기업,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출을 늘려가고 있다. 중국의 총 국가부채는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28%에서 2013년 216%로 증가했다. 그는 2017년에는 GDP의 271% 수준까지 늘어 새로운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이런 거품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경제성장 속도는 중국 지방정부 관리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주 교수는 이런 평가기준이 지방정부의 부채, 과잉투자, 과잉생산, 환경 악화와 같은 문제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소득분배, 사회안정, 복지 등 ‘성장의 질’을 중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저자는 또한 “중앙정부와 규제 기관들은 본보기로 디폴트 사태를 몇 차례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투자자와 기업이 책임감을 가지고 합리적인 투자와 자금조달을 하게 된다는 것. 왜곡된 시장의 기능을 바로잡는 것이 거품 붕괴를 막는 최선의 길이라는 얘기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