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 성공신화' 시원스쿨] '성인 초보영어' 신시장 개척…86만명 홀린 이시원의 인터넷강의
2004년, 청년 이시원이 24세의 나이에 캐나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그는 시쳇말로 ‘백수’였다. 중소 무역회사에 취업했지만 경영난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문을 닫았다. 밀린 임금도 받지 못했다. 방황하던 그에게 ‘영어’가 운명으로 다가온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캐나다에서 유학생 대상 영어과외를 한 경험을 살려 서울 강남 영어학원에 ‘대타’ 영어강사로 2주간 일한 게 그의 운명을 바꿔놨다. 그는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자본금 500만원으로 설립한 ‘1인 기업’ 시원스쿨을 12년 만에 연매출 400억원대의 중소기업으로 일궜다.

시원스쿨(법인명 SJW인터내셔널)의 ‘시원한 질주’가 주목받고 있다. ‘성인 초보영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국내 영어학원 업계 3위로 올라섰다. 이시원 대표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성장세는 사무실 크기가 커지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SJW인터내셔널은 사업 초기이던 2005년 서울 강남 교대역(지하철 2호선) 인근 상가 건물의 지하 사무실에서 출발했다. 직원도 없이 이 대표 스스로 인터넷 강의를 촬영하고 편집했다. 재무, 전산, 마케팅, 회원관리 역시 홀로 담당했다.

‘월급 밀리지 않고 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을 때에야 직원 1명을 뽑았다. 이때가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쯤 됐을 무렵(2006년)으로 월매출 1000만원을 올렸다. 사무실도 서울 역삼동 빌딩 ‘402’호로 옮겼다. 이듬해 직원이 늘면서 서초동 빌딩으로 옮겨 3개층을 썼고, 2012년에는 반포동에 ‘시원빌딩’이란 자신만의 건물을 마련했다. 올초엔 여의도 남중빌딩으로 본사를 옮겼다. 시가 300억원짜리 건물이다. 은행 담보액 기준으로 남중빌딩은 시원빌딩보다 5배가량 시세가 높다.

2013년 초 37만명이던 회원 수가 이날 현재 86만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시원스쿨도 초기엔 1인 기업이 겪어야 할 어려움을 경험했다. 이 대표는 2007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이 한창이던 때를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꼽았다. 디도스 공격을 자처한 이로부터 500만원을 주면 공격을 멈추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창업 초기였던 터라 “이러다 망하는구나” 싶었다. 이때 이 대표는 정면승부했다. 한 번 돈을 주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우려였다. 다행히 공격은 멈췄고, 시원스쿨은 초기 벤처기업답지 않게 보안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이 대표는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얻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시원스쿨의 성공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다. 영어학원처럼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 여겨지던 영역에서도 기회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게 첫 번째다. “이 세상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찾다보면 사업영역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으레 벤처 창업을 하면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야 하고, 제대로 갖춰진 사무실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청년 벤처인의 자세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겉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것을 먼저 찾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업 초기 나홀로 시원스쿨을 세웠고, 여전히 SJW인터내셔널의 사내이사는 이 대표 한 명뿐이다.

외부 도움을 받지 않고 ‘배수의 진’을 친 덕분에 결정 하나를 할 때마다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임했다. 시원스쿨만의 독특한 마케팅 기법이 대표적 사례다. 시원스쿨은 어학원 가운데 처음으로 버스 광고를 시작했다. 처음엔 10대를 해보고, 매출이 올라가자 200대로 늘렸다. 홈쇼핑 광고, 소셜커머스 위메프와의 제휴를 통한 모객에 이어 작년엔 태블릿PC에 강의 동영상을 담아 상품 패키지를 만들어 팔았다.

외부 도움을 받진 않았지만 쓸 수 있는 자원은 최대한 활용했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의 영어강사로 활약하던 시절의 ‘인연’을 발판 삼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인 류현진과 유재석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시원스쿨이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고다학원 등 기존 대형 어학원이 초보영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지속적인 성장 전략과 관련해 “한국식 교육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