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락과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 경제지표 부진, 수출 둔화, 소비심리 악화 등 연초부터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국내외 악재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지정학적 위험이 더해졌다. 일부에서는 ‘칵테일 위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러 가지 술을 혼합한 칵테일처럼 경제 분야 악재가 한꺼번에 뒤섞일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북 장거리 미사일 도발] 동시다발 악재 속 북한 리스크까지…'칵테일 위기'에 빠진 경제
◆악재에 악재가 더해지고

정부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바탕으로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짰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예상을 빗나가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의 1월 성적표부터 부진하다. 중국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3년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1월 비농업고용도 전월 대비 15만1000명 증가하는 데 그치며 시장 전망치(19만명 증가)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역시 산유국의 감산 합의 실패로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세계 경제의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칵테일 위기’가 현실화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2%대 후반을 기록하며 2%대 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 세계 경제연구소와 투자은행(IB) 등의 경제 전망치를 모아 매달 발표하는 조사기관 ‘컨센서스 이코노믹스’는 1월 집계에서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평균 전망치를 각각 2.8%와 2.9%로 제시했다.
[북 장거리 미사일 도발] 동시다발 악재 속 북한 리스크까지…'칵테일 위기'에 빠진 경제
◆금융당국, 변동성 확대 차단 나서

금융당국은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자체만으론 국내외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9일 64bp(1bp=0.01%포인트)로 지난 4일(67bp)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6원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국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 등 여러 가지 충격이 복합적으로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DS 프리미엄은 안정적”이라며 “한국 경제의 체력은 탄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가 여러 악재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런 우려 때문에 지난 7일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한국은행이 소집한 긴급 간부회의에선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 고조 가능성과 함께 G2 경제지표 부진, 국제 원자재 시장 동향, 장기채권 금리 움직임 등 국내외 경제 동향이 한꺼번에 논의됐다. 정부 내에서도 “상황이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열리는 기획재정부와 한은의 각종 점검회의도 복합 위험 발생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한은 금융시장국 관계자는 “유가 급락과 유럽중앙은행(ECB)의 3월 추가 양적 완화 가능성, 중국 경제지표 부진,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설 연휴 기간에 발생한 국제 금융시장의 변화가 11일 열리는 국내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칵테일 위기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뒤섞여 일어나는 상황을 일컫는 말. 다양한 술을 혼합해 마시는 칵테일의 특성에서 따왔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등 신흥국 경제 불안, 중동 북한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한꺼번에 불거진 최근 상황을 빗대어 자주 사용된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험한 칵테일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세계 경제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