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저성장·고실업·저출산·가계빚…난국에 빠진 한국의 해법은
‘공공부문 부채 957조원 돌파, 국내총생산(GDP) 대비 87%를 넘어선 가계부채, 만성적인 2%대 성장률.’

구조적인 불황에 진입한 한국 경제의 민낯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적당히 괜찮다고 하기엔 여러 객관적 지표가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은 《3년 후, 한국은 없다》에서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경제’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이 처한 현실을 낱낱이 살펴보고 우리가 실천해야 할 사회 각 부분의 혁신과 해법을 제시한다. 그는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꿈꾸던 한국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 ‘재건 프로젝트’가 빠르게 추진되지 않으면 또 한 번 크나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저성장, 고실업, 저출산, 고령화 등 17가지 주제로 나눠 분석한다. 그는 “각 문제는 독립적인 현상처럼 보이지만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따라서 역동성 저하, 성장률 침체, 고실업 상태 지속, 조세 및 준조세 부담 증가, 사회적 갈등 증가 등의 악순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한국이 직면한 문제와 미래 전망을 하나의 개별적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의 ‘합(合)’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문제 해결의 열쇠로서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대표적 교훈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우리만이 가진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역사 속 수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일 뿐”이어서다. 예를 들어 황제가 1명에서 4명으로 늘어나며 시작된 공공부문 확대가 로마제국의 몰락을 가져온 사례를 들어 공공부문 축소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스 도시국가인 스파르타는 저출산 문제 탓에 군사 강국 위치를 지키는 데 필요한 병사 수를 유지하지 못했다. 다양한 출산 장려책에도 결국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해 몰락한 스파르타의 사례는 한국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절실하게 매달려야 하는지 교훈을 준다.

저자는 “이제 한국은 익숙하고 편안한 길 대신, 어렵고 불편한 길을 선택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한다. 고비용, 저효율, 거래 제한 등을 유발하는 규제는 과감하게 풀고, 지출에 대해서는 성역을 두지 않고 줄여나가는 작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저성장 시대가 고착화될수록 외형보다는 내실에 초점을 맞추고 양적 사고에서 질적 사고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