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하이퐁공장 직원들이 지난 22일 전력용 케이블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LS전선 하이퐁공장 직원들이 지난 22일 전력용 케이블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에 있는 LS전선 하이퐁공장. 앞마당에 들어서자 사람 키와 맞먹을 정도로 큰 전선 드럼통 200여대가 수북이 쌓여 있다. 이틀 뒤 미얀마로 보낼 물량이다. 주차장으로 쓰던 공터마저 전선 드럼통이 차지했다. “베트남, 미얀마 등에서 주문이 예상보다 더 많이 늘어 생산한 물량을 야적할 곳이 모자라다”고 백인재 LS전선 하이퐁법인장이 말했다. 그는 “베트남 진출 20년 만에 연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며 “실적이 좋아지면서 올해 국내 증시 상장 목표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5일은 LS전선이 베트남에 진출한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LS전선은 1996년 하이퐁법인을 설립하며 베트남에 나왔다. 이곳에선 전력용 케이블을 생산한다. 베트남 진출 20주년을 앞두고 찾은 하이퐁공장에선 얇은 전선 가닥을 꼬아 굵게 만드는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삼성전자 LG전자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이 잇따라 대규모 공장을 짓는 등 베트남에서는 전력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또 도시화로 인터넷망 구축이 늘면서 통신케이블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덕분에 LS전선 아시아의 작년 매출은 당초 목표였던 매출 4800억원을 초과해 5063억원을 달성했다. 현지 진출 첫해 17억원이었던 매출이 20년 만에 300배가 증가한 것이다. 현재 베트남 전선시장 1위로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는다.

LS전선은 작년 6월 특수목적법인 ‘LS전선 아시아’를 설립하고 베트남법인인 ‘LS전선 하이퐁’과 ‘LS전선 호찌민’ 지분을 현물 출자했다. LS전선 아시아는 올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이른바 ‘유턴(U턴) 상장’의 첫 사례다. 상장 시점은 이르면 2분기가 될 전망이다. 백 법인장은 “LS전선 아시아를 베트남 1위에서 동남아 최대 종합전선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라며 “상장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설립한 호찌민공장은 올해 생산시설을 증설할 계획이다. 연내 베트남에 기존 생산공장을 뒷받침할 연구개발(R&D)센터도 설립하기로 했다.

송우성 LS전선 호찌민법인장은 “베트남은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다른 동남아로 진출하기에도 지리적으로 유리하다”며 “상장 후엔 투자 여건이 좋아져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S전선 아시아는 올해 작년보다 10%가량 증가한 매출 5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이퐁·호찌민=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