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짬뽕 돌풍…두 달 만에 2000만개 팔려
지난여름 김규태 오뚜기 라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연구원 4명과 함께 인터넷 맛집 사이트에서 1위에 올라 있는 일본의 한 짬뽕 전문점을 찾았다. 프리미엄급 짬뽕라면 신제품 개발을 위해 별도 팀을 구성한 뒤 제품을 개발하던 중이었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 매장의 육수 내는 비법을 배우기 위해 출장 기간 내내 매일 짬뽕만 먹었고, 밤에는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는지 파악하기 위해 가게 뒤편 쓰레기장에서 버려진 상자들을 뒤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나온 제품이 지난 10월 출시된 ‘진짬뽕’이다. 진짬뽕은 경쟁사들의 짬뽕라면은 물론 올해 라면업계 최대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짜왕’보다도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소비자들이 진짬뽕을 고르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서울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소비자들이 진짬뽕을 고르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오뚜기는 진짬뽕이 지난 10월15일 출시된 뒤 두 달 만에 20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고 24일 밝혔다. 출시 두 달 만에 1600만개가 팔린 올해 라면업계 최고 히트상품 짜왕을 넘어선 기록이라는 게 오뚜기 측의 설명이다.

라면업계에서 신제품이 두 달 만에 2000만개 이상 팔린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2011년 선풍적인 인기를 끈 꼬꼬면이 두 달 만에 2150만개 팔린 것 정도가 진짬뽕을 앞서는 사례다.

오뚜기는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웍’으로 불리는 프라이팬으로 불맛을 살린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중화요리의 불맛은 웍에 재료를 넣고 손목의 스냅을 활용해 재료의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조리해야 낼 수 있는 것”이라며 “재료별로 볶는 온도를 달리해 가며 실험해 제대로 된 불맛이 나는 액상 소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존 라면보다 두꺼운 3㎜의 ‘태면(太麵)’을 사용해 쫄깃한 식감을 살리고, 건더기 스프에 오징어, 게맛살, 청경채, 양배추, 당근, 파, 목이버섯, 미역 등을 크게 썰어 넣은 것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 유통 채널에서 대대적인 시식행사를 연 것도 초기 제품 인지도 확대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시식행사 때 진짬뽕을 먹어본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이를 사진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매출이 빠르게 늘었다는 것이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진짬뽕이 언급된 횟수는 6961회로 짬뽕라면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지난달 출시한 ‘맛짬뽕’을 앞세워 진짬뽕을 ‘맹추격’하고 있다. 3㎜의 굵은 면에 홈을 판 굴곡면을 적용한 제품이다. 한 달 만에 자체 추산 1000만개가 출고됐다고 농심은 밝혔다.

24일에는 컵라면 제품도 내놨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편의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맛짬뽕을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에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제면기술과 스프 제작 노하우는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는 판단”이라며 “짜왕과 맛짬뽕을 두 축으로 중화풍 라면 시장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