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문. / 한경 DB
서울대 정문. /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서울대생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 자살했다. 유서에는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전두엽(두뇌) 색깔이 아닌 수저 색깔”이란 말이 적혔다.

18일 서울대와 관악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경 신림동의 한 건물 옥탑방에서 서울대 재학생 A씨(19)가 떨어져 숨졌다. A씨는 자살 직전 서울대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제 유서를 퍼뜨려주세요’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A씨는 “학문을 하는 것은 ‘정신적 귀족’이 되는 것이란 표현에 제가 정신적 귀족이 된 느낌이었다. 수저 색깔을 논하는 이 세상에서 저는 ‘금(金)전두엽’을 가진 듯했다”며 “하지만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전두엽 색깔이 아닌 수저 색깔”이라고 썼다.

전두엽은 두뇌의 한 부분으로 기억력·사고력 등을 주관하는 기관이다. 서울대에 입학할 만큼 우수한 두뇌를 가졌지만 현실에선 ‘금수저’를 이기지 못한다는 자괴감을 느낀 것으로 읽힌다.

A씨는 또 “제가 일생 동안 추구했던 가치는 ‘합리’지만 이 세상의 합리는 저의 합리와 너무나도 달랐다. 먼저 태어난 자, 가진 자, 힘 있는 자의 논리에 굴복하는 것이 이 사회의 합리”라고 비판했다. “제 개인적으론 비합리라 여길 수 있어도 사회에선 그 비합리가 모범답안이다. 저와는 너무도 다른 이 세상에서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과학고 출신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재학생으로 알려진 그는 “(글을) 퍼뜨려 달라”며 “육체는 죽어도 정신은 살고 싶다”고 글을 맺었다.

A씨는 유서에서 메탄올을 마셨다고 언급했으며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유족과 A씨의 친구 등을 상대로 병력과 직접적 사망원인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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