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24일 입국한 박인비가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24일 입국한 박인비가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캐리 웹(호주), 박세리 언니 모두 어릴 때 우상이었죠. 그런 전설들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는 게 아직도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어요. 제 골프 인생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15시즌 최종전 CME그룹투어챔피언십에서 명예의 전당 가입을 확정한 뒤 24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인생 최고의 꿈을 이뤄 기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인비는 전날 미국 플로리다에서 대회를 마친 뒤 바로 뉴욕으로 이동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오랜 비행으로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그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고 가장 큰 목표였던 명예의 전당 포인트도 모두 쌓았다”며 “리디아 고와 마지막 라운드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목표한 것을 모두 이뤘기 때문에 아쉽진 않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올해의 선수’와 총상금에서 리디아 고에게 간발의 차로 뒤졌지만 평균 타수에서 앞서며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을 확정했다. 박인비는 여기서 1점을 추가해 명예의 전당 입성에 필요한 포인트(27점)를 모두 채웠다.

“주변에선 ‘내년에 우승해 포인트를 따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1점을 남겨놓고 시즌을 마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청야니(대만)가 2점을 남겨놓고 몇년째 따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인지) 메이저대회에서도 떨지 않았는데 스스로도 생소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이제 목표를 이뤘으니 겨울 동안 홀가분하게 쉬고 내년엔 더 부담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죠.”

다음 시즌 그의 최대 목표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이다. 박인비는 “올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 맞춰 8월에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렸다”며 “내년에도 올림픽에 맞춰 비슷한 시기에 경기력을 최대로 올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박인비는 “메이저대회는 1년에 다섯 번이나 있지만 올림픽은 4년에 한 번뿐인 소중한 기회”라며 “나라를 위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모든 운동선수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박인비는 올겨울 가족여행을 다녀온 뒤 약점으로 꼽혔던 30~40야드 샷을 집중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그는 “여전히 30~40야드 샷은 아마추어처럼 친다”며 웃은 뒤 “파5홀에서 30~40야드가 남을까봐 잘라 가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파5홀 버디율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시즌 중반부터 그를 괴롭혔던 손가락 부상은 완치돼 이제 아무렇지 않다며 손을 내보였다.

박인비는 오는 27일부터 부산 기장군 베이사이드GC에서 열리는 이벤트 대회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 대회는 L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중 상위 랭커 12명씩, 총 24명이 펼치는 팀 대항전이다. 박인비는 LPGA팀 대표로 경기에 나선다.

그는 KLPGA투어 선수 중 하반기에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박성현(22·넵스)과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를 강적으로 꼽았다. 박인비는 “팀 대항전은 마음 맞는 선수와 경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내일 아침부터 선수들과 조 편성에 대해 충분히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