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애널·이코노미스트 경시 풍조…"선무당만 키운다"
인터넷, 스마트폰, 핀테크, 인터넷은행. 1990년대 이후 금융 행위의 도구가 바뀌고 있다. ‘황의 법칙(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매년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 산업의 특성상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보다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도구가 발전하면서 금융 행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현찰(법화) 폐지론 혹은 무용론’이 분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 창구에는 고객이 없다. ‘금융 위축과 노마드(유목민) 현상’이다. 한때 치킨가게보다 더 많이 생겨났던 금융사 지점이 신설됐다는 소식이 들린 지 오래다. ‘3무(無) 현상’이다.

가장 당혹스러운 곳은 중앙은행이다. 금융위기 이후 그 많은 돈을 풀고 정책금리마저 ‘제로’ 수준으로 낮춰 놓았지만 효과는 이전만 못하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일본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이 갈수록 높아지는 비판과 책임을 면하기 위해 돈을 더 푸는 ‘나선형 악순환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이 급변함에 따라 종전의 경제이론도 잘 맞지 않는다. 경제이론 생성의 기본 틀(현실진단→가정설정→경제이론)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을 포함한 각종 전망기관의 예측까지 들어맞지 않음에 따라 ‘뉴 앱노멀(새로우면서도 비정상적인 경제질서)’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애널·이코노미스트 경시 풍조…"선무당만 키운다"
뉴 앱노멀 시대에는 선무당이 날뛰면서 ‘부두 경제학’이 유행한다. 부두(Voodoo)는 미국 남부에서 행해졌던 일종의 마교(魔敎)다. 굿판이 벌어진 것처럼 온갖 예측이 쏟아지지만 예측이 맞지 않거나 당초 예상과 다른 효과를 유발해 경제주체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얘기다. 애널리스트, 이코노미스트를 경시할 때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선무당이 미래를 예측할 때 ‘미첼 함정’에 쉽게 빠진다. 미국의 경기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비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그릇된 낙관론이 태어난다”며 “새로 탄생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닌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지적했다. 미첼 함정에 빠져 주가를 예측할 때 ‘6대 악습’이 고질적으로 나타난다.

첫째, 주가 예측이 시장 흐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른 금융 변수와 마찬가지로 주가도 선제적으로 예측해야 본래의 목적인 시장안정과 투자자의 안내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 시장 흐름을 좇아 사후적 혹은 대증적으로 예측할 경우 오히려 시장과 투자자에게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주가 예측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너무 쉽게 자주 수정한다. 직전의 예측을 채 잉크가 마르기 전에 그것도 비교적 큰 폭으로 바꾸는 사례가 많아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주가를 예측하는 기법이나 모델이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셋째, 성장률과 같은 실물통계도 아닌데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주가를 예측하는 것도 놀라울 정도다. 다른 변수와 달리 주가는 심리적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수치를 들어 예측하기가 쉽지 않고, 설령 맞았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넷째, 군집성 주가 예측 관행도 흔하게 범하는 고질병이다. 군집성 주가 예측이란 전년도에 주가 예측을 잘한 사람의 시각으로 다음연도 주가 예측 때 쏠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악습은 예측자가 자신감이 없거나 나중에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다섯째, 군집성 예측 관행은 주가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성장률을 예측할 때는 중앙은행이 제시한 전망치에서 상하 0.5%포인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예측 결과에 대해 실제치가 예측치에 근접하면 ‘봐라! 내가 예측한 대로 되지 않았느냐’는 과신 속에 마치 자신이 예측한 것처럼 ‘자가당착의 오류’에 빠진다.

이론적으로 특정 지표가 주가를 얼마나 선행하는가를 알아보는 방법은 교차상관계수를 구해보는 것이다. 마코브-스위치모델, 카오스이론, 인공신경망 등의 기법도 자주 활용한다. 국면전환을 파악하는 방법으론 마코브-스위치모델이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가 예측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안내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증권사와 유관기관은 유능한 애널리스트와 이코노미스트를 키워야 한다. 주가 예측도 사후적보다 선제적으로, 지수보다 추세 전환으로, 인기영합적 군집성 예측보다 소신 있는 다원적 예측으로, 결과보다 과정을 동일하게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