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목 교수가 아크릴물감을 활용해 제작한 현대적 산수화 ‘신들의 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종목 교수가 아크릴물감을 활용해 제작한 현대적 산수화 ‘신들의 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통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실험해온 이종목 이화여대 교수(59)는 전통 수묵 정신을 고집한다. 한국화의 핵심 요소인 필(筆)과 묵(墨)의 조화를 통한 조형 작업에 주력한 그의 작품은 구도만 놓고 보면 언뜻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기운생동(氣韻生動)하는 한국적 미감이 배어 있다. 최근에는 아크릴 물감과 세라믹 등 서양식 재료를 사용하지만 형식이나 표현하는 이미지는 극히 한국적이다.

매체와 재료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산수화의 현대적 확장을 꾀하는 이 교수가 오는 30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30년간의 미술인생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회 주제는 ‘워터페이스(waterface)’. 필묵과 물의 관계를 조명한 초기 작품을 비롯해 우리의 산세를 아크릴로 단순화한 작품, 철판 조형작업, 글자 회화, 도예 작품 등 40여점을 내보인다. 언뜻 보면 구체적 형상을 알아보기 어려운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산과 물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그의 회화를 관통하는 모티프는 산(山)과 물(水)이다. 지난해 9월 중국 장시성(江西省) 인근 도자기의 고장 경덕진에 갔던 그는 올봄부터 산수의 기운을 담은 ‘워터페이스’시리즈를 내놓았다. 호랑이 새 토끼 해 같은 이미지를 전면에 등장시켜 형상 자체가 아니라 내부의 생동감과 역동성을 찾는 데 주안점을 뒀다.

1992년 수묵의 미학으로 풀어낸 ‘물처럼’을 비롯해 2002년 겨울 산에 매료돼 작업한 ‘또 다른 자연’, 2010년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연결된 과정과 흐름에 주목했던 ‘홀리 패러독스’ 역시 산과 물의 유기적 관계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세로로 길쭉한 한지에 쓴 문자회화, 자연에서 느낀 심상을 표현한 세라믹 인장, 철판으로 만든 입체 작품을 통해서도 우리 산수의 현대적 변용을 꾀했다.

그의 붓질은 자유자재의 경지를 일필휘지로 내닫는다. 그래서 그의 화폭에서는 고요와 격정의 수묵적인 맛이 한꺼번에 느껴진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영화 ‘취화선’에서 미술감독을 맡았던 이 교수는 “세계 현대미술의 변화에 주목하며 어떻게 옛것을 되살리면서 오늘을 담아낼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체험한 도예와 또 다른 미술의 변화를 현대적인 수묵화법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02)725-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