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코리아] 예체능·법학·인문학도에게도 SW교육…스티브 잡스형 '하이브리드 인재' 키운다
올초 취임한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의 전공은 법학이다. 1989년 법대 교수로 부임한 뒤 줄곧 법학을 가르쳤다. 그런 그가 2020년 글로벌 50위권 대학 도약을 선언하며 꺼낸 카드는 ‘소프트웨어(SW) 인력 양성’이다. “SW 역량이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판단해서다. 정 총장은 “모든 학문이 발전하려면 SW라는 도구가 필요한 시대”라며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를 키우려면 상상력만으로는 안 되고 모든 학생이 SW 도구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W 기본 역량으로 갖춰야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
성균소프트웨어교육원(SSEN) 설립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프로그램 개발자 양성에 맞춰진 대학 SW 교육을 보편 교육으로 전환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처럼 SW도 누구나 기본으로 배우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SSEN이 인문·사회, 예체능 계열 학생들에게 주로 가르치려는 교과 내용은 전문 SW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다. SW 개발에 적합하게 생각하는 방식을 뜻하는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다. 문제의 핵심 원리를 찾아내 이를 재구성하고 순서도를 그려 해결하는 방식이다. 안성진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영문학을 전공하려는 데만 있지 않듯 SW도 기본 역량 강화차원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며 “경영학 전공자가 SW를 이해하면 보다 효율적인 인사관리 SW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야별로 필요한 SW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과정도 단계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신입생이 들어야 하는 두 과목의 교양 필수는 SW 이해의 첫 단계다. 이후 SW 분야 기초 소양이 필요한 학생들이 SW 관련 과목 18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장에 SW 인증을 표시해줄 계획이다. 심화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은 SW 과목 36학점을 이수해 SW 연계전공으로 인정받는다. SW 연계전공은 SW 전공자에 준하는 학점(51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복수전공과는 별도로 신설된다.

성균관대는 졸업 때까지 이수학점과는 별도로 인성품(봉사활동 등), 국제품(어학능력), 창의품(각종 창의활동) 등의 별도 요건을 갖추게 하는 3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다 많은 학생이 SW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SW 과목 18학점을 이수하면 창의품 자격을 인정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W가 ‘센(SSEN)’ 대학 선언

성균관대는 2018년 대입시험부터 SW 특기자 100명을 선발하는 전형도 신설한다. 대입 논술시험 과목에 SW를 추가해 관련 인재들이 대학에 보다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길을 터줄 계획이다.

성균관대가 이처럼 SW 융합 인재 양성에 사활을 거는 것은 대학의 제2 도약을 위해서다. 정 총장은 “1996년 삼성이 재단에 들어오면서 학교가 급속 발전했지만 최근에는 중저속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모든 전공 분야에 SW라는 새 옷을 입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밀고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신설하는 SW 교육기구의 이름을 ‘SSEN’이라고 정한 것도 ‘강하다’는 뜻의 ‘센’으로 발음되는 점을 고려해 대학 이미지를 끌어올리려는 취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총장은 SW 교육이 ‘스스로 수양하고 세상을 다스린다’는 의미의 건학이념 ‘수기치인(修己治人)’과도 잘 맞는다고 했다.

그는 “시대의 흐름인 SW 융합 인재를 양성해 인류에 공헌하는 것은 수기치인이라는 건학이념과도 일맥상통한다”며 “SW 중심 사회로 바뀌는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만큼 성균관대가 선도적으로 SW 융합 인재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