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근무하는 박모 대리는 최근 야간 근무를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야근은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최근 무선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야근 최소화 방침을 공지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차장·부장급 결재만으로 이뤄지던 야근 체계를 상무급 이상이 결재하도록 바꿨다. 임원이 직접 야근해야 하는 이유를 꼼꼼히 따져보며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라는 취지다.

이런 변화가 나온 요인으로는 무선사업부의 실적 부진이 첫손에 꼽힌다. 스마트폰 매출 급감에 따라 비용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다. 올해 선보인 스마트폰 갤럭시S6 판매량은 지난해 선보인 갤럭시S5의 90% 수준이고, 2013년 내놓은 갤럭시S4의 7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효율화를 강조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과거엔 야근하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근무시간 내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능력”이라며 “시간적인 양보다 업무의 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부에선 야근이 줄면 직원들은 좋겠다고 보지만, 실상은 다르다. 오히려 뒤숭숭한 분위기라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한 무선사업부 직원은 “야근이 줄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하다”며 “그만큼 사업부 상황이 나빠졌다는 방증이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이러다가 곧 구조조정이 시행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조성되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