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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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구 기자 ] “희망도 꿈도 해야 할 일도 없다면 살아갈 의미가 있을까요? 죽음의 문턱에서 나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마지막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로 생각하며 공부했습니다.”

경북대 학위수여식이 열린 21일은 박동원씨(59·사진)에게 특별한 날이다.

만학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씨는 지난 2012년 위암 진단을 받았다. 시한부 선고가 내려진 말기 암 환자의 선택은 엉뚱했다. 이듬해 봄 경북대 대학원 에너지공학부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그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 중 하나가 박사학위 취득이었기 때문이다. 수십년 전 학부 때와는 동떨어진 전공. 하지만 15년간의 방사선 안전관리 분야 재직 경험을 살려 선택했고, 이날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씨는 “학부에선 국사학을 전공했지만 그간의 근무 경험을 살려 박사학위를 받으려고 에너지공학부에 진학했다”며 “투병 중 학업을 이어가는 게 쉽진 않았다. 그러나 직장에서 쌓은 지식과 관련된 학문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는 두 번의 큰 수술과 여러 차례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 병마와 싸우는 과정에서 직장도 그만둬야 했지만 학업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낙천적 성격의 박씨는 작년 9월 첫 수술을 받기 전까지는 지도교수와 동기들이 투병 사실을 모를 정도로 성실히 학업에 임했다. 수술 후에도 피주머니를 옆구리에 찬 채 빠짐없이 수업을 들었다. 수업부터 논문까지 모든 과정을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소화한 끝에 학위를 받았다.

‘고리원전 3호기 제논-135 거동에 관한 연구’가 그의 석사논문이다. 이제 박씨의 다음 목표는 박사학위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지만 이미 박사 후의 과정까지 머릿속에 그려놨다.

“10월에 있는 경북대 박사과정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요. 박사학위 취득 후엔 일본 도쿄대에서 원자력 폐로에 대해 연구할 계획입니다. 다행히 도쿄대에서도 지원을 약속했어요. 제 연구가 원자력 안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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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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